“아직 꺼내들지 않은 무기가 많다.”
애플과 치열한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아이폰5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이라는 초강수를 둘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일 “아이폰5에 대해 통신관련 특허 침해를 근거로 한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국에서 신청을 할 경우 자국 기업이 자국 법원의 보호막 속에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유럽이 무대가 될 것”이라며 “아직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강력한 특허 무기가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폰5 출시는 AT&T 등 일부 해외 이동통신사에서 유출된 바와 같이 내달 15일이 유력하다. 하지만 출시일과 상관없이 구체적인 제품의 사양이 공표되고 일정이 잡힌다면 그 전에 가처분 신청이 가능하다.
이창훈 특허법인 우인 미국변호사는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은 출시일과 상관없이 법원에서 제품에 대해 판단할 수 있을 때면 된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에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한 날도 이 제품의 출시 예정일 하루 전이었다.
삼성전자 측은 공공연히 “삼성이 보유한 통신기술 관련 특허를 애플이 완전히 회피하긴 어렵다”며 “앞으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인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혀 왔다. 그동안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주요 고객사로서 애플에 대해 선제공격이 어려웠지만, 애플이 대만 기업 TSMC로 상당수 물량을 전환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반도체사업부의 부담도 줄었다.
더욱이 ‘갤럭시S2 LTE’와 구글 레퍼런스폰인 ‘넥서스프라임’ 등 아이폰5와 정면승부를 예고하는 삼성전자 제품들이 이달 말부터 쏟아질 전망이다. 아이폰5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삼성전자가 상당한 수혜를 보게 된다. 신청 지역에 따라 아이폰 초기 모델 사용자를 갤럭시S 고객으로 가져오거나 웨이브3·넥서스프라임 등 새 모델의 판매량을 대폭 높일 수 있다.
한편 지난 9일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이 애플의 주장을 인정해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의 자국 내 판매금지 결정을 유지하고, 15일 영국 고등법원에 애플을 제소한 삼성에 대해 애플이 역제소에 나서는 등 양사간 특허전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삼성전자가 먼저 기존 아이폰 라인업의 자사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