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하이닉스 인수 불참, 채권단 단독입찰 여부 검토

 STX가 하이닉스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STX그룹은 19일 “지난 7주간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예비 실사를 진행했으나 세계경제 불확실성,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부담 때문에 인수 추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STX는 “최근 유럽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하이닉스의 낸드 및 비메모리 등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이 향후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STX는 또 “그동안 중동 국부펀드와 컨소시엄 합의를 이뤄내 투자를 추진했으나 투자유치 조건에 대한 최종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인수 추진 중단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 매각 본입찰을 닷새 앞두고 STX가 돌연 불참을 선언함으로써 SK텔레콤 단독 입찰로 굳어졌다. SK텔레콤은 STX 포기와 상관없이 계획대로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가계약법상에는 단독입찰일 때 유찰을 규정하고 있으나 예외규정이 있어 채권단은 이를 검토키로 했다. 채권단은 20일 오전께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다.

 채권단 내에서는 국가계약법(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에 적용을 받아 계약이 사실상 무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두 번 유찰된 때에는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 성사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전 사장은 한 곳만 응찰할 경우 기간을 2주일 정도 연기하되, 그래도 다른 후보가 나타나지 않으면 단독 응찰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 외환은행 관계자는 “유 전 사장의 개인적인 의견이었으며 채권단 사이에 합의된 내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이 단독 입찰하게 되면 유효경쟁이 이뤄지지 않아 채권단이 원하는 ‘구주 프리미엄’이 줄어들게 돼 채권단 스스로도 이를 무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때 2만80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한참 떨어졌는데 이대로 매각하면 헐값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며 “채권단이 이번 매각을 무산시켜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채권단은 하이닉스 본입찰 요강 결의를 20일로 연기했다. 75% 이상 동의를 받으면 확정, 21일 인수의향서 제출 기업에 전달할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 내 입찰 요강에 대한 이견이 있어 일정을 하루 미뤘다”며 “입찰 동의서 발송은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매각 가격 산정 시점은 주식 매매계약 체결(SPA) 때로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본입찰에서 SPA에 이르는 시간을 단축, 주가 상승으로 인한 매매 가격 상승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방침이다.

 채권단은 구주 신주 가격 차이를 5% 이상으로 확정, 구주가격이 신주 발행가격보다 최소 5% 이상 높게 써내도록 했다. 신주 발행가격이 상승할 경우에도 구주는 신주보다 5% 이상 높은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 인수계약 체결 후 인수기업이 정밀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채권단에 요구할 수 있는 인수가 가격조정 한도는 5%로 결정됐다.


 


서동규·박창규기자 dk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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