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총장인터뷰/김진규 건국대학교 총장

Photo Image

 지난해 9월 건국대 총장에 취임한 김진규 총장(59)은 4년 할 일을 취임 후 1년 동안 해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업무에 열정을 쏟고 있다. 김 총장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로 출근, 예고 없이 각 단과대학과 학과 연구실, 실험실, 강의실 등을 방문해 교수, 학생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교육과 연구 혁신으로 좋은 연구성과와 훌륭한 졸업생 배출이라는 ‘대학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를 위해 교수, 학생과 직접 소통하고 화합하는 ‘생산현장 공장장같은 총장’이 되겠다고 한다. 김 총장은 국내 진단검사의학 분야 권위자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84년부터 서울대 의대 교수로 일했다. 김 총장은 건국대 초대 총장인 유석창 박사 이래 50년 만에 건국대 첫 의학자 출신 총장이다. 그가 추구하는 건국대 미래를 들어봤다.

 

 -취임 1년 소감은.

 ▲대학이 격변기다. 그만큼 할 일도 많다.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한데 학문조직인 대학이라는 특수성과 우리나라 대학사회 오랜 관행 때문에 혁신이 어렵다.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1년간 혁신과 개혁을 해왔고 많은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연구와 강의, 학생지도와 봉사 등 더 잘 가르치고 더 많은 연구를 하기 위한 교수 업적평가 기준 개선, 시대에 맞는 교육 과정 혁신과 커리큘럼 개혁, 학사구조 개선안 마련, 발전기금 확충, 우수신입생 유치와 취업률 제고 등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할 일이 많다. 대학은 본질적인 가치와 원칙, 그리고 배움과 이성의 순수함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급변하는 세상은 새로운 시대정신과 도전, 전대미문의 변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등록금 인하라는 사회적 이슈는 대학에 무시할 수 없는 재정적 압박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여기에 저출산 추세에 의한 신입생 충원 어려움마저 겹쳐 대학은 지금 위기상황이다.

 -교수 연구와 교육을 독려하기 위한 방안은.

 ▲이제 대학은 어느 조직보다도 사회 변화와 발전을 선도하는 첨단 지식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건국대는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과 설득으로 연구업적을 진작시킬 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또 이과계, 문과계로 이분해 일괄 적용해 온 업적기준을 각 대학별 승진 및 승급제도로 전환해 각 학문 분야 특성에 맞는 새로운 맞춤형 업적기준을 각 대학 의견을 수렴, 마련할 것이다. 건국대 교수들이 각자 연구 환경에 맞는 실질적인 대학연구업적 순위 상승을 견인하게 할 것이다. 우수한 연구업적을 내 대학순위 향상에 기여한 대학과 학과에 먼저 신임 교원을 배정하고 연구비 및 실습비를 대폭 지원해 선도대학, 선도학부로 발전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건국대의 취업률이 주요 대학 가운데 매우 우수하다. 특별한 전략이 있나.

 ▲건국대 2011년 졸업자 취업률은 60.7%로 서울지역 4년제 일반대학 중 졸업생 3000명 이상인 대형 대학 가운데 5위였다. 지난해도 마찬가지다. 서울지역 졸업생 3000명 이상 대형 사립대 가운데 성균관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다음으로 높다. 서울지역 11개 주요대학 가운데 취업률 60%를 넘은 대학은 건국대를 포함해 6곳에 불과했다. 건국대는 취업지원팀이 학년별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 학년 학생을 도와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든지 취업 관련 정보와 자료를 접할 수 있도록 도서관 로비에 ‘잡 라이브러리’를 설치했고, 기숙사에는 ‘잡 하우스’를 만들었다. 학생회관에는 ‘잡 카페’를 만들어 취업지원관이 상주하며 취업상담을 한다. 대학 캠퍼스 어디서나 주요기업 정보를 검색할 수 있고, 기업과 기관 사보나 채용 관련 정보, 취업에 필요한 다양한 자료를 비치하고 있다.

 건국대 취업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취업정책 차별화, 취업교육 전문화, 취업지원 고객화 방안을 담은 ‘i-SMART 건국 커리어 비전(Career Vision) 2020’도 발표했다.

 -건국대는 최고 글로컬대학을 추구하고 있는데 무슨 뜻인가.

 ▲i-SMART 건국 2020 발전비전이 추구하는 것이 글로컬(Glocal) 캠퍼스다.

 글로벌화(Globalization)와 로컬화(Localization) 합성어다. 우리말로 하면 ‘세방화’다. 세계가 건국대로 찾아오는 형태의 국제화를 이뤄가겠다는 뜻이다. 우리 대학 국제화는 이제 양적으로는 상당한 궤도에 올랐다. 이제 내실을 다져야 할 때다. 해외대학 파견 학생에 대한 외국어 교육을 강화하겠다. 많은 학생이 해외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는데 전공 공부보다 영어를 배우다 오는 경우가 많다. 언어교육원에서 유학이나 교환학생을 가는 학생을 대상으로 외국어 교육을 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이 보다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한국에서 공부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겠다.

 -발전기금 확충방안은 뭔가.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사립대학 한계를 극복하고 대학 발전을 가속화할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발전기금본부 역할을 더 강화하겠다. 발전기금본부가 출범한 지 4개월 만에 전 집행부가 거둔 4년간 기금액수에 상응하는 모금 실적을 이미 달성했다. 학교 주변 상가들도 앞다퉈 발전기금을 내 건국대의 스마트한 미래를 후원하는 이른바 ‘스마트 KU 패밀리’가 늘어가고 있다.

 건국대는 ‘변화를 선도하는 스마트 대학,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컬 대학’이라는 슬로건 아래 ‘Smart KU’라는 새로운 대학 브랜드를 제시했다. 건국대는 대학 발전기금의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유치와 투명한 기부금 관리 운영을 위해 지난달 건국대발전기금본부(SKARF)를 출범했다. SKARF는 학교와 법인, 동문과 산학협력기관, 지역사회와 시민이 함께하는 대대적인 발전기금 모금과 기부문화 확산 캠페인에 나섰다. 발전기금 모금 캠페인 슬로건으로 ‘KU 스마트 투모로우(KU SMART Tomorrow)’를 확정하고 전략적·총력적 모금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건국대발전기금본부는 발전기금 유치와 기부금 모금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 기부자 예우 및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활동을 벌일 것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 겸 의사로 일하다 건국대 총장이 된 계기는.

 ▲1995년 서울대의대동창회보 편집인을 맡아 서울대 의과대학 전신인 경성의학전문학교를 나온 상허 유석창 박사 일대기를 동창회보에 싣게 됐다. 상허 선생 삶과 독립운동가로 애국애족 사상에 매료됐고, 민중병원과 건국학원 설립 이념과 새마을운동 모태사상인 농촌 생활혁명 정신에 크게 감동했다. 그동안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왜 건국대인가’라는 것인데 내 대답은 단 두 가지다. 하나는 의학자 후배로서 설립자인 상허 유석창 박사의 인술을 통한 구료제민과 인재양성 사상에 대한 평소의 존경심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내 꿈과 건국학원 비전이 만나 생기는 국가적 가치 창출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사실 제자 60% 이상이 건국대병원에 근무하고 있어 평소 건국대에 관심이 남달랐다.

 연구와 교육을 천직으로 알고 달려왔다. 나 자신 연구만을 위한 삶보다는 건국대에서 연구하는 교수들을 도와 훌륭한 연구업적을 더 많이 창출하게 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건국대를 이끌 방향은.

 ▲그동안 빠른 속도로 발전해 온 건국대는 이제 탄탄한 내실이 필요하다. 건국대 발전 비전인 ‘i-SMART 건국2020’은 교육과 연구의 내실을 다지는 데서 출발한다. 5대 과제를 착실히 다져 사회적으로 건국대가 ‘연구하는 대학, 공부하는 대학’으로 인식되게 하겠다. 이를 통해 교시인 성(誠)·신(信)·의(義)에 바탕을 둔 ‘진실한 인성’ ‘멀리 높게 바라보는 안목’ ‘실천하는 지성인’ 자질을 갖춘 전인적 전문인을 배출하겠다.

 나 스스로 교수,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고 화합하면서 ‘생산현장 공장장 같은 총장’이 되려고 한다. 건국대는 넘버원 대학이 아니라 온리원 대학이 되어야 한다. 모든 부문에서 1등을 할 수는 없다. 세계가 건국대로 찾아올 만한 온리원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5개 정도 세계 최고 분야를 만들고 육성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인프라가 잘 갖춰진 분야, 가장 가능성이 있고 경쟁력이 있는 분야를 키울 것이다. 건국대가 가장 앞서 있는 의학, 생명과학, 동물생명공학, 수의학 등 바이오 생명과학 분야 외에도 융합학문이나 신재 생에너지, 첨단기술, 문화콘텐츠, 부동산·건축분야 등이 될 수 있다. 가장 건국대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끝으로 하실 말씀은.

 ▲건국대 출신 18만 동문들이 지금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드러내 놓고 건국대 동문임을 자랑하지 않는다. 이제는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건국대 출신들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브랜드 가치를 올리겠다. 브랜드 가치는 제품에서 나온다.

 건국대의 제품은 우수한 졸업생과 연구성과다. 전방위적 노력을 쏟겠다. 교수에게도 당부했다. ‘내가 평균이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평균이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상위 10%에 속하는 사람으로 일하고 또 연구를 하고 생각하고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분발해야 한다. 의사 출신 총장으로서 나는 꼭 병이 사람 몸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학 곳곳에 편한 관행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잘못된 병을 진단하고 고칠 생각이다.

 훌륭한 설립자인 상허 유석창 박사가 그랬듯이 대학을 치료하고 건국대가 사회의 병, 국가의 어려움, 나아가 세계의 문제를 치유하는 지식공동체가 되게 하겠다. 건국대 구성원들이 사회를 치료한다는 소명의식을 느끼길 바란다.

 

 ◇김진규 총장 약력

 김진규 총장은 국내 진단검사의학 분야 권위자로, 1952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마산고를 나와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의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1984년부터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임했다.

 대한임상화학회 회장, 세계검사자동화 및 로봇의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바이오스마트케어 특별위원장,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 회장, 한국건강관리협회 부회장, 제10차 아시아태평양임상화학회 학술대회 명예대회장 등을 맡았다.

 김 총장은 국내 최초로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병원에서 임상화학을 전공한 후 서울대병원에서 이 분야를 개척하고 진단검사 분야 후학을 양성해 왔다. 또 1990년 서울대 최초로 대학원 수업에 영어강의를 도입했으며 활발한 연구와 저술활동을 펼쳐 16권의 전공 관련 저서를 출간했고, SCI급 논문 190편을 포함해 420여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학문적 소양과 덕망, 국제적 안목과 참신한 경영능력, 폭넓은 소통과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건국대를 ‘연구하는 대학, 공부하는 대학’으로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

Photo Image
Photo Image
Photo Image
Photo Image
Photo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