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ONE IT가 국가 발전의 원동력"

IT강국 재도약을 위한 특별좌담회...

 구글의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 HP의 하드웨어 사업 철수 등 정보기술(IT) 패러다임이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 쇼크 이후 구글과 HP의 이 같은 행보는 IT 강국을 자처한 우리나라가 진정한 IT 강국인가 하는 의문을 던졌다. 안팎에서 우리나라 IT 본연의 경쟁력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하는가 하면 기존 모델로는 지속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경계론과 위기감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보유한 IT 하드웨어(HW) 경쟁력에 대한 폄하마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 대학 등 IT 생태계 참여자의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SW를 비롯, IT 경쟁력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SW를 비롯해 IT 산업의 취약한 경쟁력은 곧 국가 경제 전반의 경쟁력을 훼손함은 글로벌 ICT 강국 실현에도 장애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자신문이 창간 29주년 기획으로 오피니언 리더를 초청, ‘IT 강국 재도약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왜 ‘ONE IT(Open Networking Eco Innovation Trust)’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참석자들은 기존 발상의 대대적 전환을 전제로 △개방과 공유의 ‘오픈(Open)’ △협력과 상생의 ‘네트워킹(Networking)’ △친환경과 녹색 그리고 생태계의 ‘에코(Eco)’ △혁신의 ‘이노베이션(Innovation)’ △신뢰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트러스트(Trust)’를 의미하는 ONE IT가 기업과 사회 곳곳에 스며들 때 IT 강국으로 재도약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참석자>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

 오경수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임춘성 연세대 교수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

 (이상 가나다순)

 

 사회= 박승정 전자신문 부국장

 

 ◇사회=소프트웨어(SW)를 포함, 정보기술(IT)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IT가 왜 중요한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것으로 좌담회를 시작하자.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국가경제에서 IT가 차지하는 위상은 분명하다. IT는 위기를 극복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난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전 산업이 0.3%의 성장에 그쳤지만 IT는 3.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IT 산업의 GDP 성장률은 8.8%로, 국가 경제성장률 3.4%를 상회하고 있으며 경제성장 기여율은 22.8%에 이른다.

 그뿐만 아니라 IT는 자동차와 항공 등 기존 산업과 융합돼 고부가가치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IT가 가져다주는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도 무시할 수 없다. 제3 세계가 우리나라 개발 모형에 심취해 지대한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중심은 전자정부로, 전자정부 핵심은 SW다. 전자정부 SW는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전자정부를 완성했다고 착각하고 있다. 전자정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사회=IT가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IT 경쟁력 평가는 회의적이다. 특히 SW 역량에 대한 우려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문제는 오래 전부터 곪아왔다. 개인적으로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를 ‘미래가 과거를 먹었다’고 정의한다. 이는 2년 전 오라클이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인수할 때 예견된 것이다. 다만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LCD로 성공가도를 질주했다.

 애플은 지난 2분기 30조원, 8조원이라는 경이로운 매출과 이익을 기록했다. 애플은 컴퓨터에서 시작, 모바일과 SW로 진화해 왔다.

 지난 1980년대 MS가 IBM과 협력, 세계 OS 시장을 석권한 바 있다. MS가 앞으로 하드웨어 기업과의 연합전선을 전개되면 우리나라 (하드웨어) 기업이 설 자리가 있는지 묻고 싶다. SW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낭떠러지 앞에 서 있다.

 ◇임춘성 연세대 교수=발상 자체가 바뀌어야 할 시기가 지났다. IT 중요성을 매출로 평가하는 등 IT를 산업으로만 보는 시각은 회의적이다.

 IT는 다른 산업 경쟁력 강화에 큰 역할을 한다. SW를 매출로 보면 중요성이 얼마나 될까. 효과를 간과하는 시각이 잘못된 게 아닌가 싶다.

 IT 자체의 중요성 외에도 다른 산업과 국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산출해 재평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경수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그동안 우리나라는 SW와 IT를 전통적인 제조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시장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제조에서 서비스로 패러다임 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구글이 전기자동차 분야에 진출한다는 말도 있다.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위치기반과 스마트그리드 등은 SW에 의해 제어된다.

 기존 산업 질서가 제조업에서 서비스로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SW를 포함, IT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대폭 달라져야 할 것이다.

  ◇사회=SW는 물론이고 IT에 대한 위기의식이 예사롭지 않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IT에 대해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태명=빨래를 할 때 세탁기에 물만 넣어도 된다. 하지만 세제를 넣으면 빨래가 깨끗하게 된다. 좋은 세제를 사용하면 빨래가 더 깨끗해진다. 세제가 곧 SW다.

 자동차 등 기존 산업에 IT를 접목하면 더욱 좋은 제품을 만들고 경쟁력은 높아진다. 정부가 IT 융합을 시도한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SW 자체에는 신경을 덜 썼다. SW는 점점 더 낙후되고 있다. 세계적인 SW가 뭐가 있나, 내로라하는 기업이 뭐가 있나, 하나도 없다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SW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1.8%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SW를 얼마나 간과하고 무시했는지 알 수 있다.

 ◇안문석=전자정부도 마찬가지다. 전자정부는 진화하는 과정적 개념으로, 완성 개념이 아니다. 전자정부에 지속적이고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정부에 관심 있는 곳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나마 만들어졌던 전자정부 SW 생태계가 파괴됐고, 사막화됐다. 우리가 앞선 것도 제대로 끌고 가는 현실이 됐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임춘성=SW를 분야별로 보면 다르다. 게임을 SW로 보는지 시각 차가 있지만 게임 경쟁력은 취약하지 않다. 우리나라가 취약한 분야는 플랫폼과 비즈니스 SW다. 전자정부를 비롯해 비즈니스 SW는 그 자체가 SW 혹은 기술이라기보다 과정이고, 프로세스 진화다. 그런데 모자라는 부분이 너무 중요하다는 것이 문제다.

 SAP는 업종별 베스트 프랙티스를 기초로 선진 업무 프로세스 노하우를 담아 차별화했다. SAP는 과정을 중시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현장 중심의 지식을 담는 과정이 취약했고, 이를 간과했다. 결과만 신경 쓰다 아무것도 안 됐다.

 ◇오경수=정부는 IT 인력을 전문성이 아닌 경력으로만 평가한다. 즉, 전문성에 대한 평가는 사실상 전무하다. 전문화가 안 될 수밖에 없다. 방화벽 분야의 체크포인트, 안티바이러스 분야 시만텍 같은 글로벌 넘버원 전문기업이 부족한 이유다. 우리나라 기업이 경험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전문 분야에 약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고경영자로서 인정하고 반성하는 부분이다.

 ◇사회=위기라고 하지만 돌파구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정경원=현재 위기를 타개하고 IT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IT 생태계가 관건이다. SW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IT 생태계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SW와 HW, 서비스 등 삼박자를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유한 하드웨어 경쟁력을 간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SW 경쟁력에 대해 걱정은 많지만, 걱정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SW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SW 가치를 인정하는 인식이 확산되는 등 IT 생태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안문석=정 원장 말씀처럼 IT 산업에서 하드웨어 기여에 대해 높이 평가해야 한다. 척박한 시기에 민간 기업이 하드웨어를 육성했고, 이는 IT 산업의 기틀이 됐다.

 하지만 SW와 하드웨어 간 융합 준비가 늦었다. 애플 사례에서 보듯 SW 없이 하드웨어를 팔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가 하드웨어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나머지 이를 간과했다. 일종의 성공의 실패다. SW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성공했지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

 자동차 원가에서 IT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계산업보다 크다. 군 장비 원가 중 80%가 SW라 한다. SW없는 하드웨어로는 안 된다. SW시대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경수=우리나라 SW 중 제조업을 지원하는 SW는 우수한 게 많다. 글로벌 스탠더드 플랫폼으로 발전 가능한 게 적지 않다. 정부가 중요하다. 정부가 제대로 된 소비자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는 SW를 비롯, IT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일반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구매하는 곳이기도 하다. 정부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가 고객이 돼 좋은 SW를 제값에 많이 구매하고, IT 시장을 키우는 데 앞장서야 한다.

 ◇사회=요즘 들어 부쩍 IT컨 트롤타워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정태명=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현 정부가 IT 융합을 시도한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현 정부의 SW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현재의 IT 위기는 정부와 기업을 비롯한 생태계 전체가 초래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책임을 벗어날 수는 없다. IT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 현실로 돌아와 들여다보자. IT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IT는 물론이고 전통 산업 일체를 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경부 장관이 하루 24시간 중 IT에 대해 얼마나 고민할 수 있을까. 근본적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안문석=IT를 산업적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게 문제다. 전자정부를 비롯, IT는 행정의 일상적 수단됐다. 정전 사태도 어떤 SW가 잘못됐나, 유지보수를 얼마나 잘했나 등 IT 관점에서 봐야 한다. 핵심은 모든 문제를 IT적 관점에서 고민하는, 24시간 생각하는 각료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장관은 할 일이 너무 많다. 에너지 등 전통산업 영역이 얼마나 큰가. 24시간 모든 문제를 IT로 접근하는 각료급이 한 명은 있어야 한다. IT 생태계를 만들고 부활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현재 상태로는 IT 생태계 형성이 안 된다. 전자정부 등 좋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IT 생태계를 구성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위기 관리도, 대응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임춘성=IT 전담부처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이전 정부의 특정부처 형태는 아니다. IT를 특정 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현재의 문제를 촉발한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IT는 미래지식사회 첨병이자 인프라다. 미래형 부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새로운, 그리고 폭넓은 시각으로 IT 중요성을 판단하면 정책적 포지셔닝과 모양새는 달라질 것이다.

 ◇오경수=과거 회자된 컨트롤타워의 컨트롤 개념은 통제라는 의미가 강하다.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 일례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에 전자정부를 수출할 때 IT 마스터플랜을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이 선단을 이루고, 정부가 서포트하면 좋은 데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은 설 자리가 많지 않다. 정부가 서포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사회=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전자신문이 창간 29주년을 맞아 개방과 협력, 혁신을 골자로 한 ONE IT(Open Networking Eco Innovation Trust)를 어젠다로 설정한 것도 이 같은 의도에서 시작한 것이다. 일례로 노키아와 애플의 차이가 개방성에서 의해 좌우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일 만큼 개방에 대한 가치는 중요하다. 개방에 대한 얘기로 들어가 보자.

 ◇안문석=애플이 성공한 이유는 철저하게 이용자 중심으로 시스템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자정부는 공급자 중심이다. 개발자가 이용자의 요구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 개방이 키워드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이용자는 원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직접 만드는 데 참여할 것이다. 오픈은 개발자가 이용자와 합쳐지는 컨셉트로 갈 것이다.

 ◇정경원=패러다임 자체가 개별기업 간 경쟁에서 생태계 간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기업은 IT 생태계 전반을 이끌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고, 중소기업은 분야별 전문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 상호 개방을 통해 시너지 창출을 도모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회=개방은 공유와 협력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실천의 문제까지 얘기해 보자.

 ◇오경수=IT 서비스 대기업과 SW 중소기업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하기 6개월 전인 지난해 5월 SW상생협력위원회를 발족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등한 입장에서 협업하고 있다. 기존 하도급이 아니라 동등한 입장을 유도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과 현대정보기술은 하도급 혹은 협력업체라는 용어를 없앴다. 모두 파트너사로 변경했다. 실질적 협력을 실천하기 위한 다짐이다.

 ◇정경원=IT 수출에 관한 한 협력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정부와 NIPA는 우리나라가 구현한 전자정부를 사장시켜서는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중소기업 간 협력을 지원하고 있다. 우정·세정·특허 정보화는 규모가 크지만 모듈화해 중앙아, 동남아, 중남미 등에 필요한 것을 중소기업이 전수하도록 하고 있다.

 ◇안문석=정부와 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협력에 대해 가장 나쁜 제도를 갖고 있다. 일례로 대학교수 연구업적 평가할 때 단독으로 제출하면 100%를 인정한다. 하지만 협력하면 n분의 1로 인정한다. 절대로 협력하지 않으려 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협력을 저해하는 시스템이다. 협력에 ‘크레디트(Credit)’를 주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정태명=안 교수 말씀처럼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비돼야 한다. 당장 정부 간 협력이 제대로 안 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가 앞장서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선도하면 기업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

 ◇사회=개방과 협력뿐만 아니라 더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지.

 ◇정경원=애플과 구글 사례에서 보듯 생태계간 경쟁은 본격화됐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기존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로 설정 자체를 달리해야 한다. 당장 시장의 포식자를 견제하기 위한 불공정 거래관행은 개선돼야 한다. 건전한 생태계 구현을 위한 참여자 간 상호 신뢰와 창조적 혁신은 수반돼야 할 요소다.

 ◇오경수=구매자와 공급자 간 동반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정부와 기관, 기업은 IT를 비용 절약하는 요소로만 판단한다. 경쟁력 향상과 수익성 향상의 도구로 인정하지 않는다. 인수합병(M&A)도 활성화돼야 한다. 인수합병이 제대로 이뤄지면 (인수된) 중소기업은 또 다른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안문석=다양한 참여자가 숨쉴 수 있는 IT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해야 한다. 자칫 방치하면 참여자 모두 죽는다. 대중소기업 간 인력 문제는 중요한 과제다. 중소기업이 인력을 키워놓으면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데려가 버린다. 중소기업에 이적료라도 지불, 안전판을 마련해야 할 판이다. 전자정부 1등도 지난 1980년대 정부와 대학이 힘을 합쳐 양성한 인적자원 덕분에 가능했다. 하지만 인적 자원은 점점 고갈되고 있다. 대학 연구소를 동남아 외국인 학생이 지키고 있을 정도다.

 ◇사회=새로운 패러다임에 부응하기 위해 혁신 전략 또한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는 주문이 적지 않다.

 ◇임춘성=SW가 살려면 SW를 버려야 한다. 창조적 파괴다. 기존 SW 관점은 산업 발전을 위한 한계에 부닥쳤다. 서비스와 시장 지향적 관점으로 파괴해야 한다.

 ◇안문석=혁신은 모방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 SW는 모방을 포기했다. 대학에서 학생에게 한국형 DB SW 만들어보라고 주문해야 한다. 그게 모방이다. 처음에는 형편없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 한국형이 나올 수 있다. 과거에 만든 SW보다 새로운 시각과 접근이 들어갈 것이다. 모방은 창조의 원천이다. 주눅들지 말고 OS도 써보고 좋은 SW도 해보고 하다 보면 우리 것이 나온다. 무에서는 유가 절대로 창출되지 않는다.

 ◇사회=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경원=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은 세계적으로 강조되는 현상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사회적 책임 담당장관을 임명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나 미래를 위해 사회적 책임은 필수 전략이라는 인식이다.

 우리나라 IT기업도 공공·공익을 위한 서비스를 확대해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IT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게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방법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인식해야 한다.

 ◇오경수=IT 기업의 사회적 기여는 고용 창출과 인재 양성이라 생각한다.

 롯데정보통신과 현대정보기술은 프리랜서를 고용하지 않고 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다. 중소기업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게 아니라 자체 인력을 양성하자는 취지다. 일자리 창출에도 일조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일자리 창출과 인력 양성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임춘성=IT기업만큼 사랑받는 기업도 많지 않다. 그런 만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방법도 남달라야 한다. 인력 양성도 중요하지만 IT 고유 지식을 활용,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 사회적 책임을 다할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회=진정한 IT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제언을 한다면.

 ◇정태명=개방, 협력, 혁신에 대한 생각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시대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해 IT 담당 공무원이 아니라 예산담당과 기술개발 담당 공무원을 재교육해야 한다. 대기업도 달라져야 한다. SW는 사람이 제조업의 공장이나 마찬가지다. 기업이 동참해야 한다. 잘되고 있는 거 보고 있다가 빼앗으려 하면 안 된다. 중소기업이 키워놓으면 가로채는 건 더 이상 안 된다. 미래를 바라보지 않는 이기적 기업은 도태돼야 한다. 인력양성은 중요하지만 가시적 효과만 기대하고 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했다. 대학은 5년, 10년 이후를 봐야 하는데 기업은 지금 당장 내놓으라 한다. 장기적 접근으로 해야 한다.

 ◇임춘성=방향성이 분명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IT 강국이 인도인가. 개발자 시각에서 보면 인도는 분명 매력 있는 IT 강국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목표로 하는 곳은 미국, 그리고 글로벌 IT기업이다. 우리나라가 취약한 분야가 SW인지 아니면 SW와 결합한 서비스인지 재검토해야 한다. SW를 비롯해 IT는 지식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물론 시간이 필요하고 현지화 과정도 필요하다.

 ◇안문석=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작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답답하고 힘들 것이다. 하지만 기본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게 첩경이다. 의지를 갖고 하면 된다. 그리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자율로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줘야 한다. 자율을 부여해야 새로운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사회=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좋은 의견 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 오늘 개진된 의견과 제언이 IT 강국으로 거듭나는 데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정리=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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