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아주 특별한 `동반성장` 성공 사례

 최근 몇 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화두는 상생이었다. 대기업은 부품 협력사 및 서드파티 개발사와 상생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명제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성공적인 사례가 나오긴 쉽지 않았다. 비전과 대의에는 동의하지만 이렇다 할 실천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허울 좋은 구호만으로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동반성장 성공 사례는 다방면에 걸쳐 속속 나오고 있다. 대기업이 먼저 중소기업을 찾는가 하면 출연연과 벤처가 손을 맞잡은 사례도 있다. 협·단체가 1차 협력사가 아니라 상생 및 동반성장 사각지대에 놓인 2·3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가동됐다. 이처럼 다양한 동반성장 성공 사례는 국내 대기업·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도도한 흐름을 이어나갈 매개체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손 내밀었다=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 개발한 ‘고화소 카메라모듈용 엔코더 자동초점 장치(AF)’는 대표적인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엔코더 방식 AF는 삼성전자 통신연구소가 기술을 제공하고 자화전자(대표 김상면)가 공정을 담당한 제품으로 갤럭시S2 채택을 계기로 고화소 카메라모듈 시장에 안착했다.

 기존 사업 침체로 지난해 매출 하락과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자화전자는 엔코더 방식 AF 덕분에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엔코더 방식 AF는 3년 전 삼성전자 통신연구소가 800만화소 이상의 고가 카메라모듈 시장을 겨냥해 개발했다. 카메라모듈 슬림화에 유리하고 희유금속인 마그네틱 사용량을 줄여 가격 경쟁력도 충분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복잡한 구조로 인해 제조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상용화를 가로막았다. 이를 사업화할 협력업체를 찾던 삼성전자에 손을 내민 것은 자화전자다. 당시 신성장동력 사업을 찾던 자화전자가 삼성이 설계한 기술을 이용해 모듈을 만들고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엔코더 방식 AF는 삼성전자가 아이폰보다 더 얇은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한 핵심 부품이다. 얇은 휴대폰을 만들기 위해서는 휴대폰 부품이 받쳐줘야 한다. 카메라 모듈도 마찬가지다. 기술적으로 화소가 높은 카메라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선 모듈이 두꺼워진다.

 이런 고민을 안고 있던 삼성전자의 걱정을 단번에 해결해 준 게 바로 자화전자다. 엔코더 방식 AF는 얇은 두께와 고화소 구현에 적격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에 엔코더 방식 AF를 채택했고 세계에서 가장 얇은 두께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자화전자는 초기 엔코더 방식 AF의 낮은 공정 수율로 인해 쉽지 않은 과정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 수율이 높아지고 생산단가도 낮아졌다. 점점 가격이 오르고 있는 희유금속 마그네틱 사용량도 줄여 가격 경쟁력도 좋아졌다.

 삼성전자도 이득을 취했지만 자화전자도 실적이 좋아졌다. 올해 창업 이래 최대 매출인 15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출연연과 벤처의 인연=출연연이 벤처기업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 사례도 있다.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벤처기업의 유기적인 관계가 시너지를 일으켜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입체음향 전문기업 이머시스는 휴대형 외장 스피커인 도넛 형태의 ‘사운드 도넛’을 올해 6월 첫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의 회의장 시스템 제조업체 우치다요코에 올 한해 10만대 공급키로 한 것이다. 국내에선 아이리버가 총판을 맡아 1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사운드 도넛은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가 되고, 수 십만원씩 하는 콘퍼런스 콜 기능도 거뜬히 구현한다. 마이크 달린 전화 역할은 기본이다.

 최근 김풍민 이머시스 사장이 김흥남 ETRI 원장을 찾았다. 수출 길이 열렸지만, 국내 마케팅과 향후 기술 개발을 고민하고 있는 이머시스엔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 돌파구를 산·연 상생에서 찾은 것이다.

 김 원장은 스피커폰의 단점인 하우링(소리울림) 현상을 지적했다. 콘퍼런스 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폴리콤이 하우링과 관련한 자신들의 특허를 피할 기업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대목을 거론했다.

 스피커를 블루투스로 연결할 때 나타나는 기술적인 맹점을 정확하게 꼬집은 것이다. 김 사장은 스피커 옆에 마이크를 두는 방법으로 하우링을 완벽하게 제거했다고 답했다. 입체음향 SW를 기반으로 설립된 회사라 직원들이 하드웨어에 약하다고 평가했다. 개발 비용과 양산 비용의 어려움, 원료 수입가 부담 등 어려움도 토로했다.

 김 원장은 이 자리에서 조만간 오픈할 ETRI 융합기술센터에 이머시스의 입주를 권했다. 또 ETRI 입체음향팀과 TV 부문에서 협력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기로 했다. 조건 없이 도움을 주기로 한 것이다. 결국 출연연의 다양한 지원 정책과 비전이 중소 벤처기업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져 이머시스는 큰 혜택을 보게 된 것이다.

 ◇2·3차 협력사에 특화된 동반성장 프로그램도 나와=지난 7월 15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의미심장한 행사가 진행됐다.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 대기업 및 협력업체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업종 최초로 ‘기계산업동반성장진흥재단’ 출범식이 거행된 것이다.

 기계산업진흥회가 주축이 돼 발족한 기계산업동반성장진흥재단은 기존 대기업에서 시행하던 1차 협력사 위주 동반성장에서 벗어나 그간 지원의 사각지대였던 2·3차 협력업체를 중점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재단은 대기업이 매년 20억원을 출자해 산업현장의 수요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재단은 올해부터 기계업종에 특화된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 협력기업 경영 합리화 및 기술력 경쟁력 강화를 추진할 계획을 선포했다. 특히 2·3차 협력기업 취약점인 기계 정도 향상을 위한 설비 유지·보수 및 시험, 검사기기 지원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협력기업 품질 및 작업공정, 가공설비 레이아웃 등에 대한 전문가 기술 진단을 실시해 생산 시스템 최적화도 지원한다. 올해는 40개사 대상이다.

 또 90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지식재산권 진단, 특허 회피설계 및 특허 침해예방 등 지식재산권 전략 수립도 지원키로 했다. 신흥시장 진출을 위해 국가별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대중소기업의 국가별 동반 진출 전략도 마련한다.

 박영탁 이사장은 당시 “기계산업 2, 3차 협력업체 및 일반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기계설비 정도 향상 및 측정기기 검·교정 지원 등 동반성장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업을 위한 재단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대기업에서 20억원을 쾌척한 만큼 10배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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