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만원짜리 USB를 95만원에 사는 軍

 군(軍)이 1만~3만원쯤 하는 4기가바이트(GB)짜리 컴퓨팅 보조기억장치(USB)를 95만원에 사들였다고 한다. USB를 어떻게 보살피고 손질하는지 모르겠으나 개당 정비 비용을 75만원으로 책정했단다. 헛웃음만 나온다. 국방부 감사관실조차 USB 조달 가격이 비싸다고 보고 “상용 제품으로 바꾸라”고 방위사업청에 통보했다.

 변병의 여지가 없다. 하루빨리 바꾸고 철저히 문책해 진상을 밝힐 일이다.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미적거리면 앞으로 1만원짜리를 수백, 수천만원에 사들이는 탈이 날 수 있다. 첨단 컴퓨팅 전술체계 전체를 뒤흔드는 빌미가 될 수도 있겠다.

 95만원짜리 군용 USB는 2007년부터 올 8월까지 660개가 납품됐다. 1만원씩 660만원이면 충분할 것을 6억2700만원이나 썼다. 혈세 6억2100만원을 헤프게 쓴 책임을 엄하게 따지라.

 잊힐 만하면 군납 비리가 터진다. 군 인가를 받은 민간 업자가 우리 장병 상처에 싸구려 공업용 에탄올을 섞어 만든 소독약을 발랐는가 하면, 곰팡이 핀 햄버거용 빵을 먹였다. 군 전력에 직접 영향을 끼친 무기·장비류 납품 비리도 셀 수 없다. 그때마다 군은 ‘총체적 군납 비리’를 개탄한 뒤 ‘부조리 발본색원 약속’을 되풀이했다. 노력했음에도 비리가 여전하다면 이것은 고질이다. 웬만한 칼로는 수술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청 돋우는 것도 어디 한두 번이지 이젠 싫증이 날 지경이다. 군 스스로 비리를 막을 수 없다면 과감하게 감독·관리를 민간에 맡기라. 제 머리 못 깎는 중이 남의 손을 빌려야 하듯 제3자 감리체계를 마련하는 게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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