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 월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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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펠릭스 로하틴은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가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미국 투자은행 업계 대부로 평가받는 그는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과 함께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견한 통찰력 깊은 세계적 금융전문가다.

 이 책은 펠릭스 로하틴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평범한 회고록은 아니다. 나치 수용소에서 탈출한 유대인 소년이 월스트리트의 전설 ‘해결사 펠릭스’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금융, 정치 그리고 외교 분야에서 정상에 오르기까지 놀라운 삶을 걸어온 거인의 미국 투자금융 세계를 관통하는 무용담이다.

 그의 전설은 1949년에 시작됐다. 그는 당시 투자은행 라자드 프레레스에 입사해 주급 37.5달러를 받으며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렇듯 아주 우연한 기회에 월스트리트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곧 투자전문가로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라자드가 렌터카 회사 에이비스를 인수,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던 허츠를 누르고 정상에 설 수 있도록 진두지휘했다. 그의 재능과 실력을 눈여겨본 ITT의 헤럴드 제닌에게 발탁되어 수많은 기업 간 빅딜을 성사시키며 탄탄한 성공가도를 달렸다. 거대한 탐욕의 상징이었던 RJR나비스코의 차입매수(LBO) 추진을 이끌었고, GE의 잭 웰치가 RCA를 합병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뉴욕 타임스의 표현대로 그는 ‘만나는 모든 기업인과 금융인들을 매료시켰다.’

 그의 성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치권력과 금융경제를 잇는 탁월한 중재능력을 인정받아 닉슨 대통령 시절, 뉴욕증권거래소 위기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온갖 부실기업들의 몰락을 막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마침내 그는 1975년 파산 위기에 처한 뉴욕 시의 재정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 월스트리트의 ‘해결사’라는 평가를 받으며 전설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후 1997년 주 프랑스 미국대사로 임명되어 4년간 외교관 생활을 성공리에 수행했고, 다시 월스트리트로 돌아와 리먼 브러더스에서 잠시 일했다. 하지만 2008년 리먼의 파산신청을 지켜본 후 81세의 나이에 라자드 프레레스로 복귀, 현재 회장 겸 CEO 특별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세상에 경고한다. 2005년 하버드 대학의 강연을 시작으로 월스트리트의 탐욕과 과도한 레버리지가 사라지지 않는 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언제든 필연적으로 발생해 전 세계를 강타할 것이라고 거듭 밝혀왔다. 그의 경고는 결국 현실로 나타났고, 월스트리트는 더 이상 금융자본의 중심지가 아니라 금융위기의 진원지로 추락하는 운명에 직면해있다. 20세기 내내 글로벌 경제와 권력을 배후 조종해온 막강한 제국 월스트리트는 어쩌다가 이 같은 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의 열쇠 또한 펠릭스 로하틴이 쥐고 있다. 그는 월스트리트 50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투자자요, 세상을 뒤흔든 금융 빅딜을 주도해온 장본인이고, 위기 때마다 월스트리트를 구원한 해결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해답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펠릭스 로하틴 지음. 이민주 옮김. 토네이도 펴냄. 가격 2만5000원.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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