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열린다.
국내외 제조사가 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저가 스마트폰은 국내 기준으로 60~90만원대의 중저가·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비해 절반 이하 가격대에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서핑 등 기본적인 스마트폰 기능을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달 ‘150~200달러(약21만원) 스마트폰 시장 선점’ 전략을 공식화하고 갤럭시Y·웨이브Y를 비롯한 다양한 모델을 공개했다.
LG전자도 대폭 가격을 낮춘 보급형 스마트폰을 포함한 ‘고객 맞춤형 스마트폰’을 연내 10여종 내놓을 계획이다. 보급형 아이폰이 출시된다는 소문도 끊임없이 돌고 있다.
30% 이상 성장세를 구가하는 중화권 휴대폰 제조사에겐 원가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스마트폰이 주무기다.
ZTE와 화웨이는 내수시장에서 1000위안(약 15만원) 미만 저가폰으로 시작해 지난 2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각각 5.5·3.9%까지 끌어올렸다.
저가 스마트폰 수익 모델은 ‘박리다매’다. 그만큼 충분한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시장에서 저가 스마트폰 주 타깃은 피처폰 사용률이 높은 10대로 꼽힌다.
신동형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아직 피처폰 사용률이 높지만 구매욕이 강한 이들을 저가 스마트폰이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0대 수요 증가 동향은 이동통신사업자 최근 상황을 잘 반영한다. KT가 지난해 5월 내놓은 청소년용 요금제 ‘아이틴’은 월 5만명가량 꾸준히 가입자가 늘고 있다. 3만5000원 내에서 기본 제공되는 ‘알’로 음성통화와 데이터 사용을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제한된 금액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기에 적합한 요금제다.
KT는 “초저가 스마트폰 라인업 확대와 함께 새로운 청소년용 스마트폰 요금제도 곧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이 지난 2월 내놓은 청소년 스마트폰용 상품인 ‘올인원팅’ ‘팅스마트’ 요금제도 이달 들어 전체 신규 가입자 10% 안팎 비중을 차지하는 등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매장을 찾아온 부모가 청소년 자녀 스마트폰 구입을 망설이는 것은 청소년에게 필요 없는 고급 단말기와 ‘요금 폭탄’ 우려 때문”이라며 “초저가 스마트폰과 새로운 요금제가 나오면 잠재된 구매 수요가 일시에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두 달이 지나도록 활성화가 더딘 MVNO 시장도 초저가 스마트폰이 투입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보조금 투입 여력이 없는 MVNO 사업자에게 초저가 스마트폰은 그만큼 부담이 덜하다.
MVNO 업체 관계자는 “출고가 15~25만원대 스마트폰이면 기존 ‘35요금제(3만5000원 스마트폰 정액 요금제)’라도 월 할부금 5000원 선에서 판매할 수 있어 충분히 승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S2 등 프리미엄 모델을 35요금제로 구입해야 할 경우 월 할부금은 1만7000원 이상이다.
수출용으로도 초저가 스마트폰은 점차 비중이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과 남미 등 지역에선 최근 들어서야 본격적인 스마트폰 도입이 시작돼 초저가 스마트폰에 상당한 잠재 수요가 남아 있다. ZTE·화웨이 등 현지 업체뿐만 아니라 삼성·LG·애플·델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가격대별 스마트폰 시장 점유 전망
자료:SA, 아래서부터 울트라로우는 35달러 미만, 엔트리는 35~99달러, 미들은 100에서 190달러, 하이는 191~299달러, 프리미엄은 300달러 이상. 2015년면 글로벌 기준으로 190달러 이하 스마트폰이 52%에 이를 전망.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