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신용위기 국내은행에도 번질까

"위험노출 적어 직접영향은 제한적"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로 유럽 은행들이 신용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자 국내 은행도 악영향을 받을지 우려된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 그리스 채무 노출도가 큰 BNP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아그리콜 등 프랑스 3대 은행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고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까지 거론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은 13일 종가가 302bp(1bp=0.01%)였다. 이는 전날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추석 연휴 전보다 무려 30bp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소시에테제네랄과 크레디아그리콜의 CDS 프리미엄도 각각 430bp, 316bp로 연중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파산할 경우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국가 신용도가 나빠져 국외 채권 발행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주요 은행들의 CDS 프리미엄도 연휴 기간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국민은행의 CDS 프리미엄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 9일 174.3bp에서 13일에는 189.6bp로 급등했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CDS 프리미엄이 190.0bp에서 200.7bp로 뛰었다.

지표로 보면 유럽 은행들이 신용위기에 빠질 가능성 때문에 국내 은행들의 위험도 커졌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럽 신용위기가 국내 은행들에 직접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은행들에 대한 국내 은행들의 위험 노출도가 아직은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프랑스 주요 은행들과 국내 은행들의 신용거래 규모는 작은 편이다. 프랑스 신용 상황이 악화해도 국내 은행들의 위험까지 급속히 커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김인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주요 은행 단기자금 비율이 4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지표들이 개선됐다. 프랑스 은행권 신용위기가 국내 은행들에 미칠 충격은 제한적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유럽 은행들의 위험이 드러날수록 금융 부문에 대한 투자심리도 악화해 은행주 주가는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 황석규 연구원은 "유럽 신용위기 가능성이 불거지면 국내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도 위축되기 쉽고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수 있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될지는 결국 그리스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적 공조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증권 임수균 연구원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리스의 디폴트를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브릭스(BRICS) 국가들의 남유럽 국채 매입 논의가 나오는 등 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적 공조가 본격화하고 있다. 일단 패닉 상태는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이번주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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