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격 `명분`마련…장외협상도 가능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이 지난 9일(현지시각) 삼성전자가 제기한 갤럭시탭10.1 판매금지 이의신청을 기각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애플 특허 소송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삼성전자는 즉각 항소하기로 했으나 1년 가까이 걸리는 본안 소송 기간 동안 독일내 제품 판매가 사실상 힘들어진다. 올해 갤럭시탭 판매 목표인 750만대 달성도 불투명해졌다.
애플은 삼성전자 이미지까지 타격하면서 초반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삼성전자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대한 통신 특허 포토폴리오를 기반으로 삼성전자가 파상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반격모드’ 전환=그동안 아이폰 부품 공급사로서 특허전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던 삼성전자는 이번 판결로 특허전에서 다소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독일 판매금지로 연간 수천억원 매출 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충분히 반격할 수 있는 구실이 생겼다는 것이다.
특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독일 법원이 처음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을 때 삼성전자도 애플을 상대로 비슷한 가처분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에 이의신청이 기각되면서 예상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럴 경우 출시가 예상되는 애플 ‘아이폰5’가 타깃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할 통신 특허는 단기간에 침해 여부를 입증하기에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는 점이다. 한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애플의 디자인권에 비해 불리하다.
이 때문에 10월부터 본격화되는 애플과 19건의 특허 본안 소송에 집중할 가능성도 높다. 이와 함께 방대한 통신 특허 풀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제기한 특허와 다른 특허소송을 추가 제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내 한 변리사는 “삼성전자가 지금 7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 내용을 보면 조금씩 다른 특허들을 문제 삼고 있다”며 “이것도 삼성전자 특허 풀에서 시범케이스로 뽑은 것이어서 향후 마음만 먹으로면 소송전은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외협상도 급류=삼성과 애플이 이번 판결로 특허를 둘러싼 감정 대립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달 본안소송이 줄줄이 시작되면 기세싸움은 더욱 커져 자칫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하지만 특허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크로스라이선싱 등 양사간 합의를 이끄는 중요한 모맨텀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본안 소송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애플 입장에서도 삼성을 자꾸 자극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사가 부품 수급을 둘러싸고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파트너 관계도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결국 삼성과 애플의 법정 대립이 격해질수록 장외 협상라인의 접촉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크로스라이선스 조건이다. 일반적으로 크로스라이선스를 체결하더라도 상대방의 특허가치에 따라 각기 다른 라이선스료를 합의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애플이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삼성전자에 먼저 특허공세를 펼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라이선스료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본안 소송 판결 직전에야 극적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애플은 올해 노키아와 특허소송에서도 판결직전에 거액의 특허료를 합의해준 바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