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게임산업계가 미국 블리자드의 신작게임 ‘디아블로3’ 논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블리자드가 게임 내 아이템 거래 시스템을 갖춘 디아블로3를 공개하면서 글로벌 게임산업 테스트 베드로 자리매김한 한국에서 ‘아이템 거래 허용 여부’ 논쟁이 불붙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게임 내 아이템 거래 허용은 국민 정서상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세계적 게임사로 성장한 미국 블리자드는 조만간 베타테스트를 거쳐 4분기 중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 MMORPG 게임인 디아블로3를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블리자드는 이달 말 마이클 모하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직접 찾아 경매장 시스템의 혁신성을 알리면서 국내 여론의 향방을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블리자드가 개발 중인 디아블로3의 화폐경매장 시스템은 현실의 경매시스템과 동일한 것으로, 판매자가 원하는 물건을 등록하고 판매자가 낙찰을 하면 화폐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블리자드는 물품 가격과 상관없이 고정된 수수료를 받고, 이용자는 화폐를 제 3자인 결제서비스업체를 통해 현금화할 수가 있다.
블리자드의 행보가 본격화 되면서 학계와 산업계 역시 게임아이템 현금 거래 등 온라인 화폐교환 전반에 대한 명확한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게임법은 게임을 이용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알선하는 행위를 원 금지하고 있다. 고스톱과 포커류에 사용되는 게임머니, 이 같은 게임머니를 교환 또는 대체하기 위한 아이템 등도 규제 대상이다.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는 “가상경제와 현실경제가 본격 융합되는 소위 ‘메카노믹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면서 “기술의 발전속도를 반영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산업계 동향을 감안해 게임업계와 간담회를 잇따라 갖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일 아이템 중개거래 사이트 회사와 간담회를 갖고 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정부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돼 있는 아이템 중계 사이트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최종 결정은 블리자드가 제출하는 게임물의 내용을 살펴봐야 알 수 있으며, 게임물등급위원회 전문위원들의 다수에 의한 결정에 따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원석·김명희기자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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