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규모 국내 게임 아이템 거래시장에 대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게임 내 아이템 거래 시스템을 갖춘 블리자드 ‘디아블로3’가 한국시장 상륙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블리자드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모하임 대표는 오는 22일 방한, 디아블로3에 대한 한국 내 여론동향을 살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과지출·사행심을 유발할 수 있어 경매장을 불허해야 한다는 ‘불가론’과 거스를 수 없다는 ‘대세론’ 간 치열한 논리싸움이 전개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참에 빈번히 일어나는 게임아이템 해킹, 아이템·게임머니 등 가상화폐 전반에 대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블리자드3, 왜 주목받나=게임을 하면서 획득한 아이템을 외부 중개사이트를 이용하지 않고 내부에서 거래하는 경매장 시스템은 획기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임을 하면서 곧바로 아이템을바꿀 수 있는 탓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출시되는 주요 게임의 테스트베드 성격을 띄고 있어 향후 게임물등급위원회와 문화부 판단은 게임산업 지형을 바꿀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리니지 개발사인 엔씨소프트를 포함한 국내 게임업체와 IMI 등 중개사이트들은 디아블로3에 대한 게임물등급판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임아이템 거래중개 사이트들은 지난 2009년 3월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돼 있으나, 20여 개 사이트들의 연간 거래액 합계는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블리자드코리아 관계자는 “사기 등 아이템을 매개로 한 사건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매장 시스템은 안전한 거래를 보장한다”며 “호주에서는 15세 이상 등급분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시장에 미칠 영향=게임 전문가들은 경매장이 허용되면, IMI와 아이템베이 등 주요 아이템 중개사이트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게임 내 경매장이 마련되면 굳이 제3의 외부 사이트를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개 사이트 시장이 게임 개발사에 의해 상당부분 잠식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이템 중개거래 업체들 역시 견제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디아블로3에 대한 등급판정이 난다면, 그 동안 정부와 사회 여론을 살피던 국내 메이저 게임사들의 경매장 도입 역시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MMORPG를 주력으로 취급하는 국내외 게임사들은 획기적인 비즈니스모델(BM)을 선물받게 되는 것이다. 이를 경우 게임 내 아이템 거래가 활성화 되면서 이 시장규모가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망=디아블로3에 대한 시각은 엇갈리지만, 현재로선 등급 분류가 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이템 현금거래 시스템을 약관에 도입한 황제온라인이 지난해 등급분류 거부 결정을 받았을 당시와 별반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정부 역시 조심스런 모습이다.
반면 부분유료화, 아이템 거래 등 국내 게임산업을 지탱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는 “가상경제와 현실경제의 결합은 어쩔 수 없이 가는 방향으로 대세라고 볼 수 있다”면서 “사행성 우려는 현금결제 한도지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등급판정은 게임물등급위원회 위원 14명이 다수결 방식으로 결정하며, 과반수 이상 참석에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게임물등급위원회 측은 “아직 공식적인 문의와 신청서가 접수된 게 없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