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한스쿠터 루버스테드 앤시스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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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제품이 만들어지면 반드시 품질과 성능 검사 과정을 거친다. 내구성을 시험하기 위해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고 성능 오류를 줄이기 위해 같은 기능을 수백번씩 반복해 실행한다. 온도·습도 등 열악한 조건에서 테스트는 기본이다. 삼성전자가 휴대폰 진출 초기에 내구성을 과시하기 위해 통신사업자가 보는 앞에서 휴대폰을 벽에다 던지고 다시 통화했다는 유명한 일화까지 있을 정도로 완벽한 검사는 완벽한 품질로 통한다.

 이 때문에 시험 시설을 갖춘 ‘테스트 연구소’는 제조 공정의 마지막 관문이자 가장 중요한 절차였다. 그러나 한스쿠터 루버스테드 앤시스 부사장은 제품 검사를 위해 아직도 시험 시설을 이용한다면 시대에 뒤처지는 기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신에 그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대안으로 꼽았다. “과거에는 제품 샘플을 뽑아 테스트 랩에서 성능과 품질 시험을 거쳤습니다. 이제는 이를 소프트웨어가 대체하고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으로 가상 환경을 만들어 제품이 나오기 전에 제품의 모든 것을 점검하는 식입니다. 그만큼 비용은 물론이고 생산 과정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앤시스는 글로벌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업체다. 포천 상위 100개 제조기업 중 96개 업체가 앤시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전 세계 40개 나라에 진출해 있으며 지난해 ‘비즈니스위크’는 가장 혁신적이며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으로 선정했다. 설립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앤시스가 최근 주목받는 것은 종합적인 시뮬레이션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한 분야에 집중했습니다. 대다수 소프트웨어 기업이 기계 구조, 공기와 유체역학 등 특정 분야로 제한적이었습니다. 앤시스는 이를 모두 통합했습니다.” 기계 구조분석 소프트웨어로 출발한 앤시스는 7년 전 경쟁 기업 두 곳을 인수하면서 종합 시뮬레이션 기업으로 토대를 닦는 데 성공했다. 루버스테드 부사장은 “앤시스의 강점은 종합 시뮬레이션 환경 즉 ‘멀티 피직스(multi-physics)’솔루션”이라며 “최근 컴퓨팅 파워가 크게 증가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사용 환경이 만들어져 시뮬레이션 시장이 활짝 열렸다”고 말했다.

 앤시스는 지난해 말 정식으로 앤시스코리아를 출범하고 시장 개척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그만큼 국내 시장에 거는 기대도 크다. “한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제조 경쟁력을 갖춘 국가입니다. 전자, 자동차, 조선, 원자력 등 제조 기반도 튼튼합니다. 매년 배출하는 이공계 인력도 일본에 비해서는 다소 뒤떨어지지만 미국, 유럽보다 앞섭니다.” 루버스테드 부사장은 “올해 초 소말리아에서 해적을 퇴치했던 ‘아덴만 여명작전’도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션 상황을 가정해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가 제조업뿐 아니라 교육·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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