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산업구조를 바꿔놓았다. 탄소배출을 엄격히 관리하고 에너지 효율도 높여야 한다. 환경오염을 줄여야 하는 건 물론이다.
직격탄을 맞은 건 정유·석유화학·철강·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다. 산업 특성상 SF6 등 온실가스를 많이 사용하는 전자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산업부문의 이 같은 변화는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전력을 생산하지만 면적을 많이 차지하고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효율이 높으면 그만큼 차지하는 면적도 작고 비용도 적게 든다. 신재생에너지 설비에서 에코는 바로 효율성에서 찾을 수 있다.
◇태양광, 더 높게=태양전지는 지금도 효율 전쟁 중이다. 태양이 떠 있는 시간에 대부분 전력이 생산되는 만큼 최대한 효율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다.
지난 4월 미국에서는 태양광 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솔라정션이라는 업체가 43.5%에 달하는 초고효율 태양전지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론을 뛰어넘는 세계 최고 기록이다. 일반 결정형 태양전지 효율이 16~17%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하지만 렌즈를 통해 빛을 인위적으로 모아주는 집광방식인데다 크기도 5.5㎜×5.5㎜로 작아 상용화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일반 태양전지는 가로·세로가 각각 156㎜다.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것은 지난해 6월 선파워가 발표한 효율 24.2%의 태양전지다. 선파워는 태양전지 크기나 제조공정 등을 밝히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선파워 특유의 ‘후면전극형’ 5인치(가로·세로 각 125㎜) 전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판매하는 22% 고효율 전지도 이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후면전극형이란 태양전지 전면에 가늘게 그어진 전극을 뒷면으로 옮김으로써 빛을 가리는 방해물을 제거, 표면 빛 흡수율을 극대화해 효율을 높이는 제조방법을 말한다.
일본 산요도 유사한 방식의 양면 수광형 태양광 모듈 ‘HIT-210 DNKHE1’을 선보였다. 태양전지 앞·뒷면 모두를 활용함으로써 연간 26% 이상의 전력을 더 생산하고 전면 출력은 210W, 뒷면은 147W다.
뒤늦게 태양광사업에 뛰어든 국내기업들은 반도체 강국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정부 주도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선진국 수준의 90%까지 따라잡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식경제부 국책과제로 지난 2008년부터 이종접합 태양전지(히트셀·HIT셀)를 개발하고 있으며 19% 효율을 달성했다. 현대중공업도 2012년 22% 효율 달성이 목표다. 2009년부터 국책과제로 후면전극형 태양전지를 개발 중이다. 한화케미칼도 정부과제로 ‘에미터 랩 스루(EWT)’ 방식 고효율 태양전지를 개발 중이다. 2013년까지 21%로 효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신성솔라에너지와 미리넷솔라도 올해 안에 20% 효율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에스에너지는 일본의 한 업체와 양면발전모듈(BiFacial)을 개발,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존 단면 셀과 달리 모듈을 투과하거나 반사하는 태양광을 반대 면으로 입사시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5~20%가량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최근에는 미리넷솔라·글로실·오성엘에스티·JA솔라 등 국내외 태양광업체 중심으로 유사단결정 태양광 제품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유사단결정은 다결정 잉곳 성장법 등을 활용해 생산한 저가 단결정 제품이다. 세계적으로도 아직 미성숙 단계지만 다결정의 장점인 ‘낮은 가격’과 단결정의 ‘고효율’을 결합한 만큼 경쟁력 높아 많은 업체가 관심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는 미리넷솔라가 가장 먼저 ‘슈퍼셀’을 공개했다. 미리넷솔라가 1년여에 걸쳐 독일·중국 태양광업체와 협력해 개발한 ‘슈퍼웨이퍼’로 만든 제품으로 효율이 18%를 넘는다. 글로실과 오성엘에스티 등도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중국 JA솔라가 이미 유사단결정 기술을 공개했다. 르네솔라·GCL을 비롯해 대만의 SAS·TSEC 등은 R&D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TSEC는 오는 10월 대만에서 열리는 ‘PV타이완’ 행사에서 유사단결정 태양전지인 ‘시그마 T 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풍력, 더 작게=풍력발전은 거대한 덩치로 인한 설치 및 유지보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에코 다이어트 중이다. 날개를 최대한 가볍게 하고 기어리스 방식으로 유지보수 비용을 낮춘다는 것이다. 전력 변환 효율을 높여 같은 크기에서 설비 용량을 키우는 방법도 있다.
지멘스AG는 향후 2년간 해상풍력용 터빈 연구개발(R&D) 및 생산에 1억5000만유로(약 2억1400만달러)를 투자한다.
에바 마리아 바우만 지멘스 대변인은 “덴마크 연구시설에서는 지멘스의 기어리스 기술과 경량의 퀀텀 블레이드 개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멘스는 이를 위해 덴마크의 브랑드와 올보르시에 새로운 연구시설을 구축하고 플랜트 설비용량을 늘리기로 했다. GE는 최근 15㎿급 해상 풍력발전기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초전도 자석과 가벼운 재료를 이용한 기어가 없는 타입으로 설계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자체 기술력으로 경량화된 3㎿급 풍력발전기를 자체 개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제주 김녕에 설치한 3㎿급 해상풍력시스템인 ‘WinDS 3000TM’가 바로 그 모델이다. WinDS 3000TM은 증속기 무게를 1㎿당 최소 10톤 이상이라는 공식을 파괴하고 1㎿당 7톤으로 30% 경량화했다. 국산화 핵심요소는 천천히 회전하는 풍력 발전기의 날개에서 발생한 느린 회전력을 자동차 변속기 같은 기어장치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만큼 빠른 회전력으로 바꿔주는 증속기다. 증속기는 크기가 다른 여러 개의 톱니바퀴를 이용해 회전력을 높이는 장치에 불과하지만 내구성을 유지하면서 무게를 줄이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 WinDS 3000TM의 날개는 바람 방향과 힘에 따라 최대 회전력을 얻기 위해 헬리콥터 날개처럼 각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돼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변환효율을 자랑한다.
포스코는 삼성중공업과 지난해부터 고강도 강재를 적용한 풍력발전용 타워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풍력타워 경량화 및 원가 절감에 기여해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기어가 없는 풍력발전기도 개발이 한창이다. 기어박스 없이 날개 회전력으로 직접 발전기를 돌리다 보니 크기가 작고 유지보수도 쉽다는 이유다. 원가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기어박스는 고장이 잦은데다 교체 시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육상이 아닌 해상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경우 관련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기어가 없다보니 크기도 작다.
최근 베스타스는 기어가 없는 15㎿급 해상용 풍력발전 터빈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과연 이 제품이 기어리스 타입으로 개발이 가능할지 주목하고 있다.
대용량 풍력발전기를 개발 중인 국내업체들도 기어리스 타입에 관심이 높다. 2.5㎿ 기어드 타입 풍력발전기를 보유한 삼성중공업은 개발 중인 7㎿급 모델을 어떤 타입으로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기어드 타입의 750㎾ 및 2㎿ 제품을 갖고 있는 효성은 개발 중인 5㎿급 제품의 타입 여부를 아직 공개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750㎾급 기어리스 타입과 2㎿급 기어드 타입을 둘 다 보유한 유니슨은 3.6㎿급 제품을 기어리스 타입으로 개발 중이다.
◇폐자원도 에너지로=신재생에너지 중 알려진 건 태양광과 풍력이지만 실제로 보급량이 가장 많은 건 폐기물 에너지다. 쉽게 말해 버려지는 폐기물을 에너지로 재생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친환경적인 방식이다.
폐기물 에너지는 바이오 가스·고형연료·열분해로 나눠진다.
우선 바이오 가스화 발전기술은 축산분뇨, 음식물 폐기물, 유기 슬러지 등 고농도 유기성 폐기물을 메탄균으로 분해할 때 나오는 메탄가스를 이용한다. 이 가스로 터빈을 돌려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것이다.
고형연료는 슬러지를 건조하거나 생활 폐기물에서 플라스틱이나 폐목재를 선별, 파쇄 및 성형 과정을 거쳐 만든다. 이를 태워 전기와 열을 만든다. 열분해 기술은 탄소와 수소 등에 열을 가하면 합성가스로 전환되는데 이를 이용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현재 환경부 산하 폐자원에너지화·Non-CO2 온실가스 사업단이 주관하고 있으며 오는 2014년 5월 기술개발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STX윈드파워의 풍력발전시스템
STX윈드파워는 지난 8월 기어박스를 사용하는 기존 모델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어가 없는 방식의 2㎿급 풍력발전기를 개발했다. 네덜란드 래리스타드(Lelystad) 실증단지에 시험용으로 설치, 운영 중이다.
이 모델은 STX윈드파워 제품 중 가장 크지만 단일 베어링을 적용해 동급에서는 최경량이다. 또 영구자석을 이용해 유지보수가 쉽고 대기냉각 시스템 등 에너지효율도 높였다.
또 다양한 해양 관련 기술이 접목된 해상풍력발전 모델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모든 부품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밀폐형 구조로 되어 있어 부식을 방지하는 게 특징이다. 밀폐형 구조다보니 발생하는 온도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냉각시스템도 갖췄다.
이로써 STX는 부품·장비·설치·운영 등 풍력사업 전 분야에 걸친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STX는 향후 공장 건설 및 R&D 투자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글로벌 풍력기업으로서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활용해 그린비즈니스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 중에서도 풍력발전사업은 2015년까지 세계 7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STX 관계자는 “최근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부각되고 있는 만큼 그룹 내 관련 계열사를 중심으로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을 그룹 미래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co-STAR 프로젝트
Eco-STAR 프로젝트는 환경부 ‘차세대 핵심 환경기술 개발사업’ 일환으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공동으로 추진된 장기 대형 연구개발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무·저공해 자동차사업단 △수처리 선진화사업단 △수생태 복원 사업단 △폐자원 에너지화 및 non-CO2 온실가스사업단 4곳이 운영돼왔다.
2004년 12월 발족한 무·저공해 자동차사업단과 수처리 선진화사업단 사업은 지난 5월 끝나고 나머지 2개 사업단은 2014년 5월 종료될 예정이다.
Eco-STAR 프로젝트는 투자액 대비 4배 이상 막대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국내외 특허출원 및 특허등록, 신기술 인증 등 기술적인 성과도 큰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들 4개 사업단은 정부 2598억원, 민간 1849억원 총 4447억원을 투입, 1조70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733건, 국외 96건 총 829건의 특허출원 및 특허등록도 마쳤다.
우선 무·저공해 자동차사업단은 초저공해 자동차(ULEV) 배출기준을 만족하는 LPG 액상분사 방식 기술을 개발, 세계 최초로 양산 차량에 적용했다. 경유차용 후처리 장치와 필터류 등도 국산화해 유해 배출가스를 저감하고 대기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약 1조1002억원 매출을 올려 투자 대비 16.9배의 실적을 거두고, 특허출원 및 등록 292건, 기술인증 18건 등의 성과를 기록했다.
수처리 선진화사업단은 수처리용 분리막 및 모듈 국산화에 성공하고, 이를 적용한 고효율·저에너지형 막여과 고도 정수처리시스템을 개발했다. 수도관망 진단·유지관리 기술, 옥내 급수관 갱생기술, 하·폐수 고도처리 후 재이용 기술 개발로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 공급 기반을 마련했다. 세계 수처리 시장에서 경쟁력 제고는 물론이고 약 4261억원 규모의 매출과 특허출원·등록 337건, 신기술인증 21건 등의 성과를 올렸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