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인(人)자는 두 획이 서로 기대어 있는 형상이다. 사람은 혼자가 아닌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뜻을 형상화했다. 사람이 서로 기대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 부대낌 속에서 사람은 삶의 보람과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더욱 가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네트워킹이다.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통로와 수단, 방식 등을 의미하는 네트워킹은 정보기술(IT)의 발달과 함께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소통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그 영향력과 중요성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를 통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기업 내부 또는 기업 간 협력을 원활하게 해주는 협업 시스템과 통합 커뮤니케이션(UC) 등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상생과 협력이라는 가치를 사회 문화 전반에 녹아들도록 해주는 것이 네트워킹의 가장 큰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은 경쟁을 통한 승리보다 상생과 협력을 기반으로 보다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또 IT 재능 기부 등을 통해 기업과 개인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수단으로 네트워킹은 활용되고 있다.
‘상생과 협력’의 필수 요소인 네트워킹의 화두는 소셜 네트워킹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월드, 미투데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소셜 네트워킹이 사회 문화를 바꾸고 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SNS는 개인과 기업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소통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소셜 네트워킹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대중을 움직이는 수단으로 자리매김=소셜 네트워킹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의 TV나 라디오, 신문 등 일방적인 정보전달 매체와 달리 SNS는 적극적으로 개개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신속하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회 지도층과 오피니언 리더들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도구로 소셜 네트워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치러진 콜럼비아 대선은 소셜 네트워킹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마누엘 산토스 콜럼비아 대통령은 선거일 50일 전까지도 경쟁자에게 12%나 지지율이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불리했던 판세를 극복하고 70%라는 놀라운 득표율로 당선됐다.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결과다. 산토스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선거운동을 책임질 80명의 자원봉사자와 전문가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TF는 산토스의 웹사이트를 다양한 소셜 미디어 사이트의 플랫폼으로 재구성했다. 또 유권자들이 손쉽게 투표 장소와 위치 등을 알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한 공식 석상에서 지난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소셜 네트워킹의 덕분이라고 말했다. 젊은 유권층을 대상으로 소셜 네트워킹을 적절히 활용하고 적극적인 선거 운동을 펼친 결과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고객 마음 사로잡는 매개체=기업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개체로 소셜 네트워킹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른바 ‘소셜 마케팅’으로 불리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등장하고 있다. 기존의 평면적인 고객관계관리(CRM) 활동이 이젠 직접 고객과 소통하는 소셜CRM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은행의 ‘하나N스토어’나 기업은행의 ‘IBK 모바일 웹’ 등은 웹 사이트를 SNS와 연계할 수 있도록 개발한 사례다. 이 사이트들은 고객과 양방향 소통을 강화했고 정보공유와 재무상담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의 선호도에 따라 상품의 노출 위치가 변하는 등 고객의 생각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소셜 네트워킹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려는 기업의 움직임은 전 산업군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은 SNS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연구개발(R&D)나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제 소셜 네트워킹이 단순한 의사소통이 아니라 기업의 필수 전략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발 빠른 몇몇 기업은 SNS에 존재하는 수많은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소비 패턴과 성향을 분석해 이를 마케팅과 의사결정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과거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가 소비자의 구매 정보에 국한됐다면 이제 그 폭이 확대된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은 SNS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 검색, 분석해 신제품 개발이나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비단 전자업계뿐만 아니라 유통, 통신, 금융, 서비스 등 SNS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늘고 있다.
◇수직 아닌 수평으로=소셜 네트워킹은 기업 내 소통의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과거의 수직적인 직장 문화가 SNS를 통해 달라지고 있다. 표현명 KT 사장, 박용만 두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트위터를 통해 직원들과 의사소통하고 있다.
SNS가 경직된 회사 분위기와 소통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조사에 따르면 과반수의 CEO들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고객 반응과 시장 분위기를 모니터링하는 것보다 사내 분위기를 파악하고 교감을 하는 것을 SNS의 가장 큰 활용 분야로 꼽고 있다.
SNS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으로는 SK그룹이 꼽힌다. SK그룹은 SK계열사 전 직원들에게 기업용 SNS인 ‘틱톡’을 사용하도록 했다. ‘틱톡’은 효율적인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빠른 업무처리까지 톡톡히 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직원들이 부담 없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SNS의 강점이 반영된 결과다.
이처럼 소셜 네트워킹을 통한 사회 전반적인 변화는 점차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소셜 네트워킹은 특히 경쟁사와 협력사, 고객들을 동참시키고 상생과 협력을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이 상생과 협력을 통해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소셜 네트워킹의 활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표>소셜 네트워킹을 통한 사회 변화
자료:업계 종합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