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품소재시장서 한국 견제 만만찮네

 부품소재 산업 종주국인 일본이 요즘 들어 부쩍 한국 기업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다. 국내 부품소재 업계가 최근 고부가가치 시장까지 일본을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찾아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공세적인 가격 경쟁에 나서는가 하면 자국 내 핵심장비 유출을 통제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무라타·태양유전 등은 최근 휴대폰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에서 삼성전기를 뒤집기 위해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세계시장을 석권했으나 후발업체인 삼성전기가 빠르게 추격하면서 오히려 지금은 시장을 역전시킨 상황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무라타·태양유전 등이 북미와 유럽시장에서 가격 공세에 나서면서 올 3분기 중 MLCC 평균 가격은 5% 가량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운호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 들어 MLCC 가격 하락폭이 워낙 커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삼성전기 해당 사업부 영업이익률도 전분기 대비 2%P 정도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MLCC 업계는 삼성전기 기세를 따돌리기 위해 자국 생산 비중을 낮추는 등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 달 무라타가 동남아 공장 신축을 밝히면서 휴대폰용 MLCC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최근에는 한국이 고부가가치 소재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경계해 일본 내 핵심 생산장비 수출을 통제하는 사례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치스크린패널용 투명전극(ITO)필름을 독점하고 있는 니토덴코가 대표적으로 지목된다. ITO 필름 소재를 개발 중인 국내업체 한 임원은 “일본 진공 증착 장비를 구매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니토덴코 등) 일본 소재업체들이 자국 내 장비 협력사로 하여금 한국에 판매할 수 없도록 압박한다는 후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세계 선두권을 달리는 국내 세트업체 주문을 선점하기 위해 전례 없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경우도 있다. 스미토모화학은 자회사인 동우화인켐의 평택공장 부지에 190억엔(2500억원)을 들여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터치스크린 생산 설비를 구축 중이다.

 스미토모화학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일체형 터치스크린을 빠르면 연내 출하한다는 목표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로부터 AM OLED 패널을 공급받아 온 셀 공정으로 터치스크린 기능을 가미해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역할이다. 양산에 성공적으로 들어가면 삼성전자가 선보이는 AM OLED 방식 일체형 터치스크린을 사실상 외주 생산하는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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