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기인 삶과 꿈]김용연 국립암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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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화와 더불어 늘어나는 질병 중 하나가 암이고 암은 사망 원인 1위가 되었다. 암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축적돼 특정세포가 정상적인 통제를 받지 않고 무한 증식하며 퍼지는 질병이다. 이러한 질병을 극복하고자 세계적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암과 전쟁을 하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하나의 세포인 수정란이 여러 개의 세포로 분열하면서 어떤 세포는 눈으로 어떤 세포는 심장으로 분화되는지 알고 싶어 석사과정 때 발생학 연구실에 들어갔다. 안점의 꽃갯지렁이 난자의 막 투과성이 난자 성숙 과정에 따라 달라진다는 내용의 논문을 썼다. 그 후 결혼과 육아로 5년의 공백기를 거친 후 생명과학자 꿈을 이루기 위해 두 살 된 딸을 둔 엄마로 박사과정을 늦게 시작했다.

 생명과학 분야가 잘 발달된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에서 표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와 암에 대해 연구했다. EGFR의 돌연변이와 과다발현은 위암, 폐암, 뇌암 등 거의 모든 암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많은 연구소가 EGFR 자체나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하는 저해제를 암치료제로 개발하고 있으며 실제로 몇 개의 저해제는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세포막은 균일하지 않고 특정 단백질과 지질로 이뤄진 ‘리피드 래프트’라는 특수 도메인이 있다. 흥미롭게도 이 특수 도메인은 세포성장, 분화, 이동에 관한 세포신호전달 단백질이 모여 있어 신호전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도메인을 변형하면 EGFR를 포함한 세포신호전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암세포와 정상세포에서 리피드 래프트는 양적으로나 구성적으로 다르고 래프트를 변형시키면 정상세포보다 암세포가 더 민감하게 세포사멸한다는 것을 밝혔다. 즉, 리피드 래프트를 표적으로 해 변형시킴으로써 암세포를 제어하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것과 항암제 저항성은 암 치료의 큰 난관이다. 부착해 자라는 정상세포는 부착성을 잃으면 세포사멸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암세포는 부착성을 잃어도 생존하며 혈류를 통해 다른 곳으로 전이된다. 어떤 암세포는 항암제를 뿜어내 항암제 투여에도 반응하지 않고 자라는데 이것은 다약제내성(MDR) 단백질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이 MDR 단백질은 세포막 리피드 래프트에 있다. 나는 리피드 래프트를 변형시키면 부착성이 떨어지며 세포사멸이 일어나고 항암제 저항성이 약해지는 것을 관찰했고 이에 대한 기전을 연구 중이다.

 지금 두 아이 엄마고 아내며 암을 정복하기 위해 연구하는 과학자다. 그리고 미래 과학을 이끌 전문 여성과학자를 꿈꾸는 여대생들 멘토로 일한다. 조화를 이루기가 때론 버겁지만 그래도 지나고 나면 ‘그때는 그랬지’ 하고 미소 짓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예비 과학자와 나누고 이끌며 그들이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멘티에게 강조한다. 꿈을 꾸고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김용연 국립암센터 소아암연구과 책임연구원 ynk@ncc.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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