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2분기 실적에 포함돼 거품 논란이 일었던 ‘램버스 충당금’이 아직 2000억원 가량 남아있어 3분기 실적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PC용 D램 가격 하락으로 이번 분기 실적은 적자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잔여 램버스 충당금을 통한 적자폭 축소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램버스 소송 관련 충당금 환급 규모가 4000억원대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닉스 2분기 영업이익은 4469억원이었다. 시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러나 램버스 충당금이 이익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거품 실적’ 논란이 일었다. 당시 반영된 충당금 규모는 약 1900억원으로 이를 제외한 실제 영업이익은 2600억원대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램버스 충당금은 일회성으로 다음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이번 매각 관련 예비 실사과정에서 램버스 충당금 총액이 드러나면서 3분기 실적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램버스 충당금 총 규모는 4000여억원대 이상으로 2분기 반영분을 제외한 잔여 규모는 2000억원대에 달한다. 업계는 지속된 반도체 경기 불황으로 하이닉스 3분기 예상 적자 규모는 최대 3000억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반면 잔여 충당금을 반영하게 되면 적자폭은 1000억원대로 좁혀진다.
이번 적자폭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하이닉스 매각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예비실사가 막바지에 돌입한 가운데 채권단이 본입찰 안내서 공개를 미루면서 매각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정이 약 한달가량 늦춰지면 본 입찰에 이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정밀실사 등을 거쳐 실제 매각 협상은 12월께로 미뤄진다.
하이닉스 3분기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는 시기와 맞물리게 된다. 주가 등락 여부는 채권단과 우선협상 대상자간에 협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충당금을 통한 적자폭 축소가 주가에 반영돼 하락 폭이 적을 경우, 채권단에게는 유리하다. 반면, 충당금을 제외한 실제 적자폭 확대 우려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면 우선협상대상자는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가 가능하다. 인수의향 기업측에서는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신주 발행 확대 등을 통한 자본확충을 채권단에 주장할 수도 있다.
인수의향서 제출 기업 관계자는 “본입찰까지는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 간 경쟁이기 때문에 램버스 충당금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상황은 다르다”며 “매각 협상은 당시 주가도 기준이 되겠지만 충당금을 제외한 실적으로 하이닉스 미래 가치를 판단, 구주 프리미엄과 신주 발행 비율 조정을 주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