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는 좋은 감독도 많고 배우도 훌륭하죠.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IT인프라 환경도 뒤지지 않는데 경쟁력은 없습니다.”
김영걸 KAIST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장은 고객 정보를 분석해서 새로운 콘텐츠에 반영하는 역량이 없는 업계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하드웨어 발전에 치중한 결과다. 영화·방송·음악·게임 등 콘텐츠 산업은 고객을 더 끌어 모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의 주장은 간단하다. 영화 ‘써니’를 누가 봤는지 제대로 분석하고 다른 영화에 이를 반영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자는 말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은 있지만 ‘생태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에게 ‘생태계’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트위터에서 문답 형식의 고객관계관리(CRM) 강의를 해오던 김 교수는 “사이버 공간에서 한 강의를 강의실로 옮겨오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무작위 강의 신청을 받았다. 오프라인 강의 신청자는 단박에 50명을 넘어섰고 100%에 가까운 출석률에 또 한번 놀랐다.
김 교수는 깨달았다. “서로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의에 참석하는 상황과 모바일과 웹 등 트위터로 유대감을 다진 후 참석하는 것은 굉장한 차이라는 것을.”
두 번째 강의를 마치고 참석자인 LG전자, 제일모직, 이랜드 등 기업 CRM 담당자들과 공장(?) 이야기 없는 종강파티도 했다. 다음 강의 신청률은 더 높아졌다. 트위터에서 이뤄진 CRM 담당자들과 살아있는 100문 100답을 엮어 낸 ‘소크라테스와 CRM’ 전자책도 두 달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김 교수가 말하는 ‘생태계’란 일방향적인 홍보가 아니라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 고객들과 유기적 관계 형성을 의미한다. 김 교수가 바라 본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아직 관계 형성에 턱없이 미약하다.
국내에선 영화 혹은 공연을 본 사람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기획사가 아닌 유통사가 가진다. 이해관계로 인해 DB 공유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의 CRM 컨설팅 프로젝트를 담당하면서 현실을 더 직시할 수 있었던 김 교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소비자 의향을 파악할 수 없고 타깃 마케팅은 물론 차기 콘텐츠에 반영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잘 쌓여 있지만 활용되지 못하는 고객DB와 콘텐츠 생산자 간 끊어진 ‘링크’ 역할을 자임했다. 모바일 유저가 많다보니 스마트폰·아이패드 등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관계 형성도 가능하다고 본다. 김 교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디지털 고객 생태계를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