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이 없었다. 지난주 주민투표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력은 유감없이 드러났다. 6·2지방선거와 4·27 재보선에서 그랬고, 이번 9·24 주민투표에서도 그랬다.
시민들은 SNS를 이용해 투표 독려 운동을 펼쳤고, 또 투표 거부 운동을 벌였다. 지인이든 낯선 사람이든 이성적으로, 혹은 감성적으로 투표를 호소했다. 투표 인증샷을 날리는 건 기본이다.
어느 한 전문조사기업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한 달 간 올라온 주민투표 트위터 글 25만개를 분석한 결과 곽노현 교육감에 우호적인 것이 훨씬 많았다. 트위터 여론을 주도한 정도를 나타내는 확산영향력지수에서 오세훈 시장을 옹호한 사람은 40위권에 한 명도 없었다.
당연한 현상이다. 여권은 처음부터 정통부를 없앴다. 담당 조직은 쪼갰다. 촛불집회에서는 네티즌과 대립했고 심지어는 사이버모욕죄를 추진하는 등 사사건건 네티즌을 통제와 관리 대상으로 간주했다.
통제하는 권력은 오래 가지 못하는 법이다. 일방향성이 당연한 수순처럼 일상화 됐다. 일방향성에 맞지 않으면 교육과 계도 대상이 됐다. 모든 것은 훈화의 대상이고 관리의 성과물일 뿐이다.
종합편성채널의 배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파력이 큰 방송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권력층 의지가 컸다. 결과적으로 방송산업 육성은 현란한 용어에 불과했다.
한 세대가 저물고 문화가 바뀌었다. 단순히 자신의 생각과 의견만 표출하던 시대가 아니라 함께 참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개방·참여·공유의 사상이 생활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시대를 관통하는 흐름이 됐다. 단순히 정보전달과 커뮤니케이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전달, 공유하고 실제 생활에 접목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카카오톡 등 소셜미디어가 지속적으로 범람하는 이유다. 대부분의 소셜미디어들이 투표를 독려하고 함께 참여하는 모습을 나누는 게 일상사가 됐다.
주민투표 예고편이었다고나 할까. 야권 손학규는 예상을 깨고 여권 강재섭을 꺾었고, 재보선에서도 야권은 주요 전투에서 승리했다. 무상급식이 정치 쟁점으로 부상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SNS 위력은 증명됐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법과 제도로 얽어매려 한다. 유엔 의사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인 프랑크 라루씨는 미디어와 언론의 자유뿐만 아니라 개인의 의사표현 자유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공직자 비판은 명예훼손도 아니며, 절대로 제약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과 정권 핵심부는 자꾸 트위터나 온라인에서 상대방을 비방하고 근거 없는 사실을 날조하므로 법적 제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가도 한참을 나간 것일까. 노랫말에 ‘술’ ‘담배’와 같은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핸즈업’ ‘아메리카노’ ‘취중진담’ 등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해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현실을 도외시한 결과다. SNS는 시대 아이콘이 됐고, 커뮤니케이션의 주요한 도구가 됐다. 일방향성 지상파TV의 직접 수신율이 20%를 밑돌고 있으며, 데이터 통화량은 음성통화를 앞질렀다.
SNS의 성격이 규제와 통제 만능주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얘기다. 아직은 소수지만, 여당 내에서도 ‘인터넷 실명제 폐지’와 ‘트위터를 통한 선거운동 규제 폐지’를 얘기할 정도가 됐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10.26 재보궐 선거에 이어 총선과 대선이 걸려있다. 여당도 야당도, 지금처럼 SNS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상황이라면 쉽지 않은 국면을 맞을 것이다. SNS는 이제 단순히 힘 그 이상이 됐다.
박승정 통신방송산업부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