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토종 DBMS, 오라클 독점 시장 “은행 뚫다”

 외산 제품이 거의 독점하던 은행권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시장에서 국산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산 DBMS 업체들이 제품 성능과 안정성을 강화하고 나선 데다, 시중 은행들이 비싼 라이선스와 유지보수 비용 부담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 솔루션을 찾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한은행이 국산 토종 DBMS ‘티베로’ 제품을 도입한 데 이어 최근 하나은행도 같은 제품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또 다른 국내 시중 은행은 알티베이스 DBMS 제품을 표준시스템으로 등록하기 위한 기술검증(PoC)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은행권에서는 오라클 제품이 DBMS의 표준시스템일 정도로 업무 종류에 관계없이 널리 사용돼 왔다. 성능과 안정성이 검증된 오라클 제품을 사용하면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라인 트랜잭션 처리가 많지 않은 업무를 중심으로 국산 솔루션 도입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담당자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시스템이 아니면 굳이 오라클 솔루션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면서 “일 마감 후 데이터를 주고받는 배치성 업무시스템을 중심으로 국산 DBMS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하나은행은 티베로 도입을 위한 검토 작업에 한창이다. 우선 증권대행전산시스템에 도입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초 시스템 설치를 완료했고, 최종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산 DBMS 중에서도 은행권에서 티베로 제품이 선호되고 있는 이유는 오라클 DBMS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와 시스템 관리 기능이 상당히 흡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라클의 리얼애플리케이션클러스터(RAC) 기능에 대응할 ‘공유 DB 클러스터’ 기술을 탑재한 국내 유일 솔루션이기도 하다. 또 티베로는 오라클 DBMS의 마이그레이션을 쉽게 지원하기 위한 전용 툴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진 핵심업무 시스템에 적용되진 않지만 향후 성능과 안정성이 검증되면 확대 적용될 가능성도 높다”면서 “이미 증권, 보험 등 다른 영역의 금융권에서는 국산 DBMS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어 은행권도 머지않아 오라클 독점 구조가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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