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위기의 e스포츠] 해외 콘텐츠 수출과 상생 모델 전환 (하)

 “김택용 선수를 보기 위해 흑룡강성에서 6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

 지난 6일 중국 상하이 세기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리그 결승전 연기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인 10대 소녀는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 했다. 경기를 2시간 남겨두고 경기장 주변에는 몰려든 중국팬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유료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티켓은 10분 만에 동이 났다.

 ◇e스포츠, 수출에서 돌파구 찾아야=김준호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e스포츠의 세계화를 꼽았다. 한국에서 머물지 않고, 중국 등 게임한류 바람이 불고 있는 국가를 중심으로 e스포츠를 적극 수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태풍 무이파는 악재 중 악재였다. 행사가 열리지 못하자, 중국을 발판으로 글로벌화에 시동을 걸려는 전략도 어긋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e스포츠가 게임산업의 부수적 산업군이 아니라 e스포츠만의 독자적 산업기반과 생존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현재의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중심의 운영에서 나아가 국산종목의 육성과 시너지효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스마트 미디어 등 뉴미디어의 발전으로 e스포츠 콘텐츠 수출도 산업육성 차원에서 또 다른 해법이다.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국장은 “10년 동안 방송중계 및 리그 운영을 하면서 쌓인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중국이나 대만 등 해외시장에서 꾸준히 연락 및 교류를 요청해오고 있다”면서 “대만의 경우 스페셜포스, 카트라이더 같은 국산게임으로 프로리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e스포츠 수출의 최대 잠재시장이다. 중국은 2003년 중국체육총국이 e스포츠를 정식 체육 종목으로 선정했으나 산발적인 지역리그나 이벤트 경기만 이뤄지고 있다. 통합리그나 방송사가 주최하는 대표적 리그가 없어 온게임넷 등 국내 케이블 방송사가 보유한 중계기술 및 콘텐츠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중국뿐 아니라 세계 게임시장이 고속으로 성장하면서 e스포츠 시장의 발전가능성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제 e스포츠시장 규모는 2004년 267억원에서 2007년 774억원, 2010년 1207억원, 2014년에는 5000억원으로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임요환, 홍진호 등 스타플레이어의 경기만으로 화제성이 충분하다고 판단, 글로벌 리그 후원기업으로도 참여했다.

 ◇분쟁협의체 구성, 게임사·게임단·방송 상생모델 마련=스타크래프트 중심의 프로리그 축소와는 별개로 스페셜포스2나 피파온라인2 등 국산종목의 활성화는 눈 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장기적 로드맵을 가지고 협회와 게임단, 게임사가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것이다.

 최근 CJ E&M 게임부문과 드래곤플라이는 신작 스페셜포스2를 내놓으면서 리그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e스포츠협회와의 협의를 통해 기존 스페셜포스 프로리그를 스페셜포스2로 전환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아마추어 리그와 연계해 자연스럽게 프로게이머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게임의 활성화 및 이용자 커뮤니티 강화, 국산 종목 육성이라는 명분과 실리, 모두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국산종목의 e스포츠대회는 게임 저변 확대에 첨병역할을 해내고 있다. 제페토 측은 자사의 FPS게임 포인트블랭크를 인도네시아 ‘국민게임’으로 만드는데 지역별 e스포츠대회를 적극 활용했다. 올해는 터키, 태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브라질, 한국 등 6개국 대표팀의 지역별 리그전을 거쳐 국내에서 결승전을 개최했다.

  e스포츠의 지속 가능한 성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e스포츠 분쟁조정 협의체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e스포츠 및 법률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 지적재산권 등 e스포츠 관련 분쟁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사, 게임단, 방송사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해서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체계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마련한다면 다양한 종목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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