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정책이 민원·상담·안전 등 공공서비스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행정 효율화를 넘어 국민의 일상과 안전, 문화 영역까지 AI가 스며들며 '체감형 AI 혁신'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는 22일 서울 중구 연세대 세브란스빌딩에서 AI을 활용한 업무 혁신과 대국민 서비스 고도화 성과를 공유하는 '인공지능전환 우수사례 성과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성과보고회에선 '초거대 AI 서비스 개발 지원' 사업과 'AI 통합테스트베드' 사업을 통해 발굴한 우수 사례들이 공개했다. 민원 행정, 범죄 예방, 양식업 피해 대응, K-콘텐츠 창작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 걸쳐 AI가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민원·상담·안전까지… 일상 속으로 들어온 공공 AI
대표적 적용 사례로 국민권익위원회의 민원 처리 혁신이 꼽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06년 약 37만건에 불과했던 민원 데이터가 2024년 기준 약 1200만 건으로 30배 이상 급증하면서 기존 인력 중심의 대응 방식에 한계를 겪어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거대 AI 기반 생성형 분석 체계'를 도입했다. AI는 민원 내용을 자동으로 분석해 답변 초안을 생성하고, 유사·중복 민원을 일괄 처리한다. 담당자들은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민원 해결이라는 본질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에이전틱 AI 기술을 활용해 상담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렸다. 연간 5500만건에 달하는 민원을 대상으로 AI 챗봇이 24시간 상담을 수행하며, 공단을 사칭한 스미싱 여부까지 함께 점검할 수 있다. 단순 안내를 넘어 개인 상황을 반영한 맞춤형 상담이 가능해지면서, 상담 연결 지연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보다 정교한 'AI 상담소' 모델을 구현했다는 평가다.
국민 안전 분야에서도 AI의 역할은 확대되고 있다. 경찰청은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되는 불법 총기 제작 영상을 차단하기 위해 AI 기반 탐지 기술을 검증했다. 기존에는 경찰관이 수많은 영상을 직접 시청하고 유해성을 판단한 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이번에 검증한 AI 시스템은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며 불법 총기 제작 영상을 자동으로 식별·분석하고, 영상 정보 추출부터 신고 보고서 작성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했다. 업무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사람이 놓칠 수 있는 감시 사각지대를 보완해 국민을 보호하는 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초거대 AI 서비스 개발 지원, '도입' 아닌 '전 주기 설계'
이러한 혁신의 배경에는 과기정통부와 NIA가 추진하는 '초거대 AI 서비스 개발 지원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중앙부처·지자체·공공기관이 민간의 초거대 AI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행정 효율화와 대국민 서비스 혁신, 사회 현안 해결형 서비스를 구현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단순히 AI 모델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공 업무에 맞는 서비스 기획부터 개발, 실증, 운영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사업은 크게 두 축으로 운영됐다. 하나는 초거대 AI 기반 서비스 개발 지원이다. 공공기관이 직접 행정 효율화나 대국민 서비스 혁신, 사회 문제 해결 과제를 제안하면,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해 실제 서비스로 구현하도록 지원한다. 총 60억원 이내 예산에서 5개 과제가 선정돼 추진됐다. 공공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중심에 두고 AI 기술을 설계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기존 시범 사업과 차별화된다.
다른 하나는 플랫폼 이용 지원이다. 행정·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초거대 AI 도입을 위한 △컨설팅 △실증(PoC) △이용 환경을 제공했다. 기관별 요구 분석을 바탕으로 AI 서비스 신규 기획과 데이터 학습, 예산 수립 방안을 포함한 도입 컨설팅을 진행하고, 데이터 등록·정제·학습, 모델 배포와 테스트까지 실증을 지원한다. 초거대 AI 솔루션·플랫폼 이용 환경을 제공해 기술 개발과 서비스 운영, 학습 모델 고도화까지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초거대 AI 서비스 개발 지원 사업을 통해 추진된 과제들은 앞서 소개한 국민권익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사례 이외에도 공공 업무 전반에 걸쳐 있다.
국세청은 생성형 AI 기반 국세 상담 지원 서비스를 구축해 AI 챗봇으로 납세자의 개별 상황이 반영된 복잡한 질문에 즉각 대응하며, 전화 연결 지연과 상담 대기 문제를 해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해외인증 공공특화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수출기업 상담 건수를 월 70건에서 210건으로 늘리고, 해외인증 컨설팅 처리 기간도 7일에서 3일로 단축했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은 지방재정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AI 기반 분석을 통해 사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차세대 지방재정정보 지능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공공서비스 AI 전환 원년' 선언
정부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2025년을 '대한민국 공공서비스 AI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나아가 초거대 AI 활용 모델을 공공 전반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단일 기관의 성공 사례에 머무르지 않고, 과제 수행 과정에서 축적된 기획·실증·운영 경험을 다른 공공기관으로 전파해 AI 전환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김민표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인프라정책관은 “오늘 발표된 사례들은 대한민국 AI 전환을 앞당기는 든든한 동력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AI 혁신이 행정 효율화와 대국민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져 공공과 민간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