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코리아 `리스크 지뢰밭`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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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LG전자는 ‘일급비밀’이 털리는 수모를 겪었다. 해외 온라인 잡지에서 하반기 출시 예정인 전략 스마트폰 7종의 정보가 사진과 함께 모두 공개됐다. LG전자 관계자들은 공개된 제품 사진이 너무 선명해 흠칫 놀랐다. 내부 직원이나 긴밀한 협력사가 아니면 유출할 수 없는 정보였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는 연초 갤럭시탭 7인치 재고로 속앓이를 했다. 지난해 출시 초반 폭주하는 주문으로 공급부족에 애태우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양상이었다. 완제품뿐만 아니라 부품 재고까지 쌓이면서 한숨이 커졌다. 시장예측을 가장 잘한다는 삼성전자로서는 뼈아픈 결과였다.

 

 IT코리아가 ‘리스크 지뢰밭’에 포위됐다. 무선으로 대변되는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고, 글로벌 경쟁이 가열되면서 예상치 못한 우발 리스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미국 더블딥 공포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은 마당에 특허·정보유출·재고 등 돌발 변수가 줄을 이으면서 IT코리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형국이다. <관련기사>

 지난 24일(현지시각) 네덜란드 법원이 판결한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 판매금지는 리스크가 현실화된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9개국 12개 법원에서 19건의 특허소송을 진행 중이다. 당장 네덜란드에 이어 25일(현지시각)에는 독일 뒤셀도르프 법정에서 갤럭시탭 10.1 판매 가처분 항소심이 열린다. 각각의 소송 결과에 따라 비즈니스 자체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에 빠질 수 있다.

 특허 리스크는 애플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의 전방위 공세로 퍼진 상태다. 거액의 특허사용료를 물게 되면 삼성·LG 등 국내 기업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시장 패러다임 변화는 전통적인 시장예측과 마케팅을 무력화시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갤럭시탭 7인치 재고 파동에 이어 올 4월 국내 출시된 ‘갤럭시S2’는 물량이 없어 공급부족 현상이 보름 넘게 진행되기도 했다. 제조사와 통신사업자가 수요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조정섭 SK텔레콤 스마트디바이스 실장은 “올 하반기 다양한 전략 스마트폰 준비로 바쁘지만, 대부분의 업무가 수요예측에 집중돼 있다”며 “스마트기기 판매가 처음인데다 소비자 취향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서 제조사든, 통신사든 수급 물량 예상이 최대 고민거리”라고 토로했다.

 글로벌 경쟁 격화와 해킹 사고가 급증하면서 정보유출 리스크도 기업경영에 타격을 주고 있다. LG전자가 지난달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7종 정보가 완전 공개된 데 이어 삼성전자도 최근 주요 출시작 정보가 잇따라 언론을 통해 유출되고 있다. 신제품 정보 유출은 기업 전략 유출과 직결된다. 경쟁사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현실을 감안하면 ‘무장해제’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정보유출의 심각성으로 보안 시스템을 최대한 강화하지만, 통신이나 부품 협력사들에 공개한 샘플이 그대로 유출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며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아예 샘플도 공개하지 않는 애플의 전략을 국내 기업이 벤치마킹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환율·유가 불안도 ‘리스크 이중고’를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국민은행 등 금융권에서 리스크 관리 조직을 ‘그룹’으로 격상시키는 움직임을 벤치마킹할 것을 조언한다. 특허·재고·보안·환율·유가 등 리스크마다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전담조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IT코리아 5대 리스크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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