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승인요청 안들어와…필요시 국제공조"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25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대해 "(공정위의) 심사대상으로 판단된다"고 말해 인수가 구체화될 경우 시장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지 심사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이날 유럽상공회의소 오찬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승인 요청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이기에 공식적인 프로세스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면서도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대해 "우리 경제에 상당히 중요한 사항"이라고 규정한 뒤 "현재 기초데이터 수집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의하면 외국기업간 결합일 경우에도 각 회사의 한국내 매출액이 200억원을 넘으면 기업결합을 신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글, 모토로라 모두 한국내 매출액이 2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아직까지 서류가 제출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구글이 모토로라와의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를 요청해오면 시장에서의 경쟁제한성 여부를 따진 뒤 불허, 조건부 승인, 승인 등의 조치를 내리게 된다.
기업결합이 불허될 경우 구글과 모토로라는 합병이 되더라도 한국에서는 개별 회사로 영업을 해야 한다. 또 승인이 되더라도 시장에서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지 않겠다는 조건이 붙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심사 기준에 대해선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 건전한 경쟁체제를 유지하고 발전하는데 얼마만큼 영향을 주는지를 보는 내부 기준이 있다"며 "기준에 따라 엄격히 보고 필요하면 적극적인 국제공조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특강에서 "공정위는 반경쟁적 기업결합에 대한 효과적이고 조화로운 시정조치를 도출하기 위해 EU를 포함한 주요국 경쟁당국과 협력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면서 "기업결합 심사의 절차 및 내용에 있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려는 노력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과 EU 등의 경쟁당국은 작년에 세계 철광석 2,3위 업체간 기업결합 건에 대해 시장에서의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판단, 긴밀히 공조했고 이에 따라 해당 업체들은 기업결합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대해선 중국 상무부도 반독점법에 근거해 인수합병에 대해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공생발전`에 대해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가장 큰 분야가 하도급 관계"라며 "6월말부터 강화된 법이 작동하지만, 8월 초반까지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이젠 그 법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법 적용에 앞서 바람직한 것은 (동반성장의) 문화를 속도감 있게 정착시키는 것"이라며 "동반성장협약 체결의 범위를 횡적으로 종적으로 확대시키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나아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 "MRO(소모품 구매 대행) 업종이든 건설업이 됐든 일감 몰아주기가 경쟁법에 합치되는지를 철처히 보겠다"며 "대기업도 그런 기업들이 애초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공생발전을 위해서 적극적인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직권조사 면제를 포함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여러 각도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대형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판매수수료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거론하면서 "판매수수료가 사회적으로 납득이 될 수준으로 시장경제의 틀에서 결정되는데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할 부분은 하겠다"며 "국회에서 `대규모 소매업에 관한 공정거래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급성장하는 전자상거래에 대해선 "공정거래질서가 잘 확립되면 앞으로 유통 혁신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전자상거래법, 동반성장협약을 포함해서 (전자상거래가) 건전하게 육성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