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엔 금융위기가 주요 금융정책 현안 `발목`

 상반기 내내 저축은행 사태로 옴짝달싹 못했던 금융정책 현안이 하반기엔 글로벌 금융위기에 발목이 잡혔다.

 상반기 역점 추진됐던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무산된데 이어, 하반기 남아있는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외환은행 매각 승인, 투자은행(IB) 추진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등이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상황 악화에 따라선 ‘연쇄 무산’이란 회오리도 피할 수 없다는 비관론도 제기됐다.

 ◇인수자-채권단 티격태격에 거꾸러지는 반도체 경기= 하이닉스 인수 의향자 측과 채권단의 위태로운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실사 막바지 반도체 경기는 끝을 모른채 추락하고 있다.

 3조원 안팎 뭉칫돈을 투입해봐야 바닥이 어딘지 모를 벼랑 앞에 서야하는 것이 지금 인수 의향자측 입장이다. 입찰 포기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채권단은 여전히 매각 일정을 고수한다고는 하지만, 이미 신뢰를 많이 잃어버렸다. 매각 이익보다는 매각 자체에 초점을 맞추겠다던 당초 생각은 사라지고, 구주 물량을 조금이라도 더 팔아 매각이익 챙기는데 급급해 왔다. 신주 발행 비율을 늘리더라도 이젠 외부 경기요인이 더 심각해졌다.

 한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지금이 3년 주기 반도체경기 하강 시작 지점일 뿐 아니라, 미국·유럽 재정 위기는 세계 수요가 언제 되살아날지 모른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 결정 따라 외환은행은 다시 격랑 속으로= 내달 8일 서울고법의 론스타 주가조작사건 결심공판에 이은 선고에선 유죄 판결이 유력시되고 있다. 현행법상 유죄 판결이 떨어지면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된다.

 이렇게 되면 법원의 공은 금융위원회에 넘어가게 되고, 금융위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론스타에게 외환은행 의결권을 가진 지분 4%를 제외한 47%를 시장에서 팔 길을 열어줄 것인가와 아니면 징벌적 성격을 담은 강제매각 명령으로 시장가격보다 훨씬 싼 값에 팔고 한국을 떠나게 만들것인가의 선택이다.

 하지만, 론스타가 항소와 위헌제청에 나서면 결말은 길어진다. 아무리 빨리 처리되더라도 론스타는 1년 이상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면서, 배당금을 챙겨가게 된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오는 11월말까지 연장했지만, 원점부터 다시 흔들릴 수 있다.

 ◇정치권선 IB 반대기류 거세져= 세계적 투자은행(IB) 육성을 골자로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오는 10월 국회에 제출 예정이지만, 연내 국회 통과 가능성은 극히 불투명하다.

 미국과 유럽 더블딥 우려가 깊어지면서 사실상 미국식 금융투자업 성장모델을 따온 IB와 금융투자업 개편 방향에 반기가 일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정기국회에 개정 법안이 제출되면 IB 제도 실효성과 부작용 등의 문제를 대대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입장이 강하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전력을 다해 추진하고 있는 법 개정이 법 제출 이전부터 역풍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현재 우리 금융권 전반의 관심은 외부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는 금융시스템을 어떻게 갖추고, 안정화시키느냐에 집중돼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신규 제도나 방향성은 차후 과제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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