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IT 중 T(하드웨어)만 강하고 I(소프트웨어, 콘텐츠가)가 약하다. I와 T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장)
“구글처럼 앞서가는 리더는 변신이 빠르다. 우리는 한번 시작한 고민을 몇 년간 한다. 이렇게 하면 실패한다.”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 실장)
“2등 전략은 성공했다. 1등 전략을 추구할 새로운 혁신 그룹이 필요하다.” (서기만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국내를 대표하는 경제연구소 전문가들은 소프트파워를 움직이는 새로운 조직 구성과 빠른 의사결정을 슬로우 코리아에 가속을 붙이는 길로 제시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구글과 애플이 가져온 위기는 한국 IT산업에 ‘독이 아니라 약’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의 대처가 IT강국 코리아를 굳건히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분산된 HW, SW, 콘텐츠 역량을 묶어야=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장은 “IT코리아의 스피드가 하락한 원인은 스마트폰 도입이 2년 늦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브로드밴드 강국이 된 후 자만하다 무선 인터넷 분야는 갈라파고스가 됐다”고 설명했다.
유 소장은 “우리가 스마트폰 도입은 2년 늦었지만 미국의 보급률을 따라가고 있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상태에 올라왔다”고 분석했다. 유 소장은 “국내 IT산업은 SW와 콘텐츠로 구성된 I는 약하고 HW인 T만 강하다”며 “세계 최고의 HW와 네트워크 기술, 게임 등 콘텐츠를 함께 엮을 수 있는 인프라 SW 역량만 확충되면 가속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변신해야=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 정보통신연구실장은 “구글처럼 앞서가는 리더는 변신이 빠르다”며 “특히, SW산업은 빨리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 실장은 “수많은 애널리스트들이 구글의 유튜브 인수가 실패작이라고 비판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며 “구글은 밖에서 볼 때 의아한 시도를 한두 번 한 게 아니지만 그들만의 개념에 기반을 두어 본연의 길을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SW 육성을 하느냐 안하느냐는 의미가 없고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혁신 그룹이 필요해=서기만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패스트 팔로우에 충실했고 성공했다”며 “이제 1등 전략을 추구할 새로운 혁신 그룹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위원은 “누가하든 혁신하는 누군가 있어야 한다”며 “벤처가 현실적인 일을 벌여 자체적으로 성장하면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이 되고 대기업에 팔리면 안드로이드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느 쪽으로 가든 씨앗은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사람들이 꾸려야 한다”며 “슬로우 코리아에 가속을 붙일 주인공은 대기업이 아니라 벤처 생태계”라고 강조했다. 서 위원은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IT혁신을 담당하는 게 필요하다”며 “IT컨트롤타워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