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SBS 지상파방송사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간 재송신협의체가 24일부터 본격 가동한다. 지난해 9월 지상파 3사가 MSO 5개사를 상대로 ‘저작권 등 침해정지 및 예방’ 민사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후 열렸던 협상이 결렬된 후 8개월 만이다.
양측은 19일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를 협의회장으로 선임하는데 합의하고 실무협의체부터 시작키로 했다. 실무협의체가 무르익으면 사장단협의체도 운영할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협의체에서 직접적인 역할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가산정 논의 급물살 타나=협의체는 지상파 3사, MSO 사장단이 참여하는 ‘CEO협의체’와 실무임원진이 참여하는 협의체의 이중으로 구성한다.
지상파 재송신과 관련한 법원 판결이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더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7일 CJ헬로비전에 ‘저작권 등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과 이에 따른 간접강제 신청, MSO에 대한 ‘저작권 등 침해 정지 및 예방 청구소송’을 한꺼번에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케이블 업계에서는 “간접 강제가 받아들여지면 1500만 가입자가 보는 아날로그·디지털 케이블TV의 지상파방송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 실제로 방송이 중단되면 양쪽 다 비난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라 일단 협의체만이라도 참여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어떤 논의 이뤄지나=재송신 대가산정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방통위 관계자는 “단순 ‘유료화’에 합의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대가산정 공식까지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체에서 정한 공식 내에서 각사가 사정에 맞게 계약토록 한다는 것이다. 양측에서 모두 ‘받을 대가가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누가 얼마만큼 이득을 얻고 있는지 이 기회에 손익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어렵사리 협의체가 성사됐지만 실제 협상 타결로 이어지기까지는 산적한 현안이 많다.
◇예상되는 시나리오=우선 방통위 제도 개선안에서 의무 재송신 채널에 지상파방송 전체를 포함시키는 방안이 있다. 방통위는 개선안에 분쟁조정제도를 추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당장 방송 중단사태는 막을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갈등이 해소되기는 힘들다. 제도 개선안이 법제화되기까지도 방통위 상임위 의결, 국회 통과 등에 시간이 걸린다.
두 번째는 협상이 또 깨지는 경우다. 케이블TV 업계는 지상파가 CJ헬로비전을 대상으로 한 간접 강제 신청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지상파는 강경한 입장이라는 것도 변수다. 법원에서 간접 강제 신청을 기각한다면 몰라도 인용한다면 당장 케이블 업계에서는 하루하루 지상파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KT스카이라이프와 SBS 사례에서처럼 아예 방송 송출을 중단할 수도 있다.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하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다.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하고 이에 따르기로 약속하는 게 무난한 방법이다. 합의를 기준으로 회사별로 계약 절차를 진행한다. 주문형비디오(VoD)·데이터방송, 스포츠중계권에 따른 추가 콘텐츠 비용 등 계약사항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상파의 “방통위에서 협의체에 참여하기보다 각 MSO와 따로 채널 계약을 하겠다”는 주장이 협의체가 마련한 기준 안에서 실현된다.
◇전망=만약 케이블TV가 지상파 재송신을 중단하면 시청자는 IPTV나 위성방송에 다시 가입하거나 지상파방송을 직접 수신해야 한다. 케이블이 지상파에 대가를 지불하게 되면 케이블TV 가입비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홈쇼핑 등 추가 수익원 없이 단순히 지상파방송 중계만 했던 중계유선방송(RO) 같은 새로운 저가 서비스가 등장할 수도 있다. 지상파에서 요구하는 건 수신보조행위에 따른 대가가 아니라 홈쇼핑 등 추가 수익원에 따른 대가이기 때문이다.
개별 채널사용사업자(PP)가 유탄을 맞을 수도 있다. 방통위의 유선방송사업자(SO) 재허가 부대조항에는 전체 매출액 25% 이상을 PP에 수수료로 주도록 했는데, 지상파에 대한 대가를 여기에 포함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로 배분하고 있는 지금 제도 아래에서는 시청 점유율이 낮은 개별 PP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