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각) 저수익 사업이라는 이유로 PC사업부 분사, 모바일 단말기 제조 포기라는 극약처방을 단행한 HP가 자사의 `터치패드` 웹OS 태블릿에 쏠린 관심 때문에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에 처했다.
21일 국내외 업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주 말부터 미국내 공식 HP홈페이지와 일부 온오프라인 전자제품 매장을 중심으로 웹OS를 탑재한 HP 터치패드 태블릿을 99.99달러(16GB, 와이파이 버전, SKU 2842056, 세금별도)와 149.99달러(32GB, 와이파이 버전, SKU 2842092, 세금별도)에 팔기 시작했다. 이 두 제품은 지난 주 초까지만 해도 각각 399.99달러와 499.99달러에 판매되던 것이다. 하드웨어 사양이나 HP라는 브랜드네임을 고려해 볼 때 충격적인 가격 정책이다.
갑자기 사상 유래 없는 할인을 시작한 이유는 미판매 물량이 너무 많아 하드웨어 사업 포기와 함께 동시에 쏟아진 재고 물량이 헐값에 등장했기 때문. 미국 최대 오프라인 양판점 베스트바이는 당초 미판매 터치패드를 HP에 반송할 계획이었으나, 정책을 선회해 `파이어세일`이라 불리는 할인 가격에 떨이로 내 놓기로 했다. 알려진 재고 물량만 25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으나 현재는 일시 매진 상태다.
또한 할인 가격에 팔기 시작한 HP공식 홈페이지 쇼핑몰은 당초 다운되기도 했으며, 현재도 접속이 원활치 않다. 99달러와 149달러에 팔리던 터치패는 이미 매진됐다.
이렇게 되자 해외 인터넷에는 99달러에 터치패드를 구입해서 이베이에 약간의 비용을 더 붙여 되파는 개인이나 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99달러에 터치패드를 구매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베이 상품까지 등장한 상황.
실제로 터치패트 판매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인터넷 게시판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재고물량은 많지만 올라오는 즉시 빠르게 팔리다 보니 터치패드를 구입할 수 있는 쇼핑몰 정보를 실시간으로 올리면서 공유하는 글도 폭주했다. 국내외 IT커뮤니티도 주말 내내 구매대행이나 배송대행지를 통해 해외에서 터치패드를 구입해 한국에 들여오는 방법을 문의하려는 글이 쏟아지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업계에 따르면 현지에서는 한 명이 수십대 씩 구매한 사례도 속출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서너대씩 구매했다는 구입후기도 쏟아지고 있다. 베스트바이 등에는 구매를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 연출되기도 했다. 스테이플스 등 일부 현지 매장에서는 재고를 빨리 처분하기 위해 `49달러`에도 판매하며 광풍에 불을 지르는 상황이다. 웹OS의 그 동안 인지도와 인기에 비춰볼 때 미국 최대 세일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 판매 열기를 뛰어넘어 이상 과열현상이다.
일부 현지 언론들은 "터치패드가 지난 주 말 반짝 판매로 이미 30만대 이상 팔리며 판매 속도로는 아이패드를 훌쩍 앞지른 상황"이라고 전하고 있다. HP의 사업 방향의 변화로 기존 하드웨어 재고들이 앞으로도 계속 헐값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터치패드 뿐만 아니라 땡처리 상황에 몰린 웹OS기반의 스마트폰, 예를 들어 `프리3` 등 최신 제품들도 상상을 초월한 수준의 헐값에 털어낼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HP가 만든 웹OS 기반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한글 출력은 한글 폰트가 내장되어 있어 문제가 없으나, 입력을 위한 가상키보드가 기본적으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정품 상태에서는 한글 사용은 원활하지 않다. 웹OS 스마트폰용 비공식 한글입력 패치가 있긴 하지만 터치패드에 적용된 웹OS 3.0에도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국내 서비스에 맞는 앱도 거의 없어 모바일 웹 서비스에 의존해야 하는 것도 불편을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차후 OS업데이트도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HP는 웹OS 사업의 규모는 축소하지만,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얼마나 오랫 동안 충실한 업데이트가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터치패드에 안드로이드를 올릴 수 있도록 일부 전문가들이 나서는 움직임도 포착돼 다소 고무적이다. 이 밖에도 하드웨어 사후지원(A/S)도 국내 정식 출시 제품이 아닌 만큼 국내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인터넷에 등장한 일부 사용후기에는 성능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어 충동구매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전자신문미디어 테크트렌드팀 tre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