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핵심부품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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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상반기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슈는 단연 일본 대지진이었다. 원자력발전소 파괴로 인한 방사능 공포가 한 동안 우리를 불안하게 했고 그에 못지 않게 산업계 전반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가져다 줬다. 일본 업체들의 지진피해가 핵심 부품 수급 차질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핵심부품 기술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 필요성을 여실히 드러내 준 계기가 됐다. 핵심 부품 기술력은 그 제품의 내구성 품질과 신뢰성을 좌우하고 성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를 테면 세탁기 모터, 냉장고 컴프레서, 자동차 엔진 등은 사람의 심장과도 같은 역할을 하면서 제품 성능을 좌우한다.

 완성품 업체보다 더 유명한 부품업체인 인텔의 경우를 보면 이는 분명해진다. CPU(중앙처리장치) 성능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컴퓨터 성능을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다. TV 분야에서 신제품 출시보다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의 생산설비 증설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런 핵심 부품의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5년에서 10년 이상 중장기 투자가 필요하다. 그만큼 핵심 부품 속 원천기술에는 제품 신뢰성이나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방할 수 없는 노하우가 녹아 있다.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친환경 기술의 핵심 요소인 고효율과 절전에서도 핵심 부품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LG전자가 개발해 지금은 드럼세탁기를 만드는 대부분 업체들이 널리 쓰는 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 역시 오랜 연구개발 결과다. 세탁조에 모터를 직접 붙이는 혁신을 통해 ‘춤추는 기계(Dancing Machine)’라고 불릴 정도로 진동이 심했던 드럼세탁기를 오늘날과 같이 조용하게 바꾸어 놓았다. 고객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된 이 방식 역시 개발되기까지 10여년의 연구기간이 소요됐다.

 핵심부품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바로 국책 프로젝트 활성화를 통한 미래 핵심 기술 육성이다. 일본은 미래 기술에 대해 정부와 기업, 학계가 모두 나서 종합적인 연구 클러스터 환경을 조성해 연구에 매진한다. 에너지나 연료전지 등 미래를 책임질 기술에 대해 국책 프로젝트를 통해 각계 힘을 모으고, 이러한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클러스터에 대한 보안에도 힘쓴다.

 두 번째는 작지만 기술력이 강한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마치 풀뿌리 민주주의처럼 요소·재료 기술 각 분야에 튼튼한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일부 핵심 기술을 대기업이 담당하지만 산업 전반에 수많은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 하다. 무역흑자가 늘어나는 만큼 대일무역적자가 커지는 것도 핵심 부품 기술을 보유한 일본의 강소기업에 많은 부분을 의존한 현실 때문이다. 모터 분야의 일본전산이나 롬 등 핵심 부품 기술을 통해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부품 분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끝으로 핵심부품 기술 개발을 위해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대학이나 중소기업에 연구개발을 아웃소싱하는 방식으로 외부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특히 세계 각국에 산재한 우수한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내재화하고 육성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디지털 혁명 후 불과 10여 년 만에 스마트와 녹색성장이 산업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핵심 부품 기술 개발은 필수적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미래 기술에 대한 국책 프로젝트 지원과 독보적인 기술력을 지닌 강소기업 육성은 빠르게 실행해야 할 과제다.

 이영하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 yh.lee@l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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