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CD도 소프트 파워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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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거듭하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전쟁, 구글의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 인수 등 충격적인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2007년 아이폰 등장으로 시작된 자그마한 바람이 태풍이 돼 전 산업에 휘몰아치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하드웨어(HW)보다 부실한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당장 확보하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요구는 절박함의 표현이다.

 SW 중요성은 비단 휴대폰, TV 등 완제품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 처한 LCD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전자 LCD사업부와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강력한 HW 경쟁력으로 시장을 지배했다. 한발 앞선 대규모 양산 투자와 원가 경쟁력은 업계 최고 수준의 HW를 갖추는데 주효했다.

 하지만 애플은 HW 없이 SW 파워로 LCD 업체들을 지배한다. “애플이 요구하는 (디스플레이) 사양은 현재 기술을 한참 앞서 있다. 상상을 초월한다”는 국내 업계 한탄은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부족한 SW 경쟁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애플의 디스플레이 엔지니어들은 업계 최고 수준의 숙련도와 패널에 대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아이폰4에 탑재된 ‘레티나 디스플레이’, 스마트패드 시장을 개척한 아이패드도 애플 디스플레이 노하우가 녹아 있는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이들 제품의 주력 패널 공급업체로 과실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애플은 이미 대만, 일본 업체로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국내 LCD 업체들도 SW 경쟁력에 기반한 차세대 연구개발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새로운 공정 개발은 물론 5년, 10년 후를 내다보는 창의적인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 LCD 분야에서 우리의 HW 경쟁력은 이미 중국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LCD 산업도 ‘소프트 파워’를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뿌리(SW)’가 부실한 ‘나무(HW)’가 태풍에 뽑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양종석 반도체디스플레이팀 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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