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결국 HP를 울렸다. 아이패드의 발끝에도 못 따라가는 태블릿PC 사업, 애플만이 유일하다시피 성장하고 있는 PC 사업 등을 HP가 사실상 포기한다.
HP가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PC 사업부 분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또한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웹OS(팜의 모바일 운용체계)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업을 축소하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HP가 저수익 PC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해 왔다”며 “소비자들이 애플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스타일의 컴퓨팅 장비를 선호하면서 PC 사업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PC 시장의 수익이 크게 둔화되고 있고 HP가 오랫동안 PC 사업 분사를 요구받아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PC 사업 분사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팜을 인수하며 사실상 태블릿PC 사업을 수행한 지 5개월만에 “웹OS 기반 제품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HP의 터치패드 제품은 불과 2개월 전에 발표되었다.
HP는 지난해 팜을 인수하며 얻게 된 웹OS로 자체 모바일 운용체계(OS)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타 제조사들에게 라이선스도 고려하고 있다던 HP는 아이패드의 경쟁 제품으로 ‘터치패드’를 7월 발표했다. 그러나 터치패드 신제품은 소비자들의 관심 대신 특징 없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출시 1개월만에 가격을 100달러 인하하는 굴욕을 겪었다.
또 최근 2분기 PC 시장 조사를 보더라도 PC 시장 자체를 포함해 HP 등 톱3 제조사의 연간성장률은 크게 둔화되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가트너, IDC 등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전세계 PC 시장은 2.5% 내외의 성장에 그쳤고 미국 시장은 오히려 마이너스 3~4% 성장했다. 또 시장 1, 2위 업체인 HP와 델은 겨우 3% 남짓한 성장률을 보였으며 2010년 2분기 3위 에이서는 마이너스 20% 성장으로 4위로 하락했다.
전통적인 PC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톱5 PC 메이커에 레노버가 이름을 올렸으며 애플도 곧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서유럽 PC 시장에서도 톱5 제조사 중 애플만이 성장했다. 특히 애플은 노트북(랩톱) 시장에서 HP를 젖히기까지 했다.
PC 사업의 저수익은 2005년 당시 칼리 피오리나 CEO 재임 시에도 끊임없이 지적받아 왔다. 프린터 사업부에서 벌어들인 매출을 잠식하는 주범이라며 기관투자가들은 PC 사업부의 분사를 요구해 왔다. HP가 결국 6년 만에 손을 들지 주목된다.
한편 HP는 곧 실적 보고 컨퍼런스 콜을 수행할 계획인데, 이때 103억달러를 들여 영국의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토노미 코퍼레이션을 어떻게 인수할 것인지 세부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오토노미 코퍼레이션은 영국에서 두번째로 큰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기업 검색 및 데이터 프로세싱 기술을 갖고 있다.
오토노미 주주들은 주당 42.1달러를 받게 되며 18일 마감된 오토노미의 시가 총액보다 64% 프리미엄이 반영된 것이다.
한편 외신들은 애플의 공동 창업자 중 한 사람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HP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그러나 HP는 워즈니악의 컴퓨터 설계에 가치가 없다고 평가했고 곧 워즈니악은 스티브 잡스와 함께 자신의 설계대로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차렸다. 이 설계가 훗날 애플컴퓨터의 토대가 된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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