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대세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 특히 ‘졸면 죽는다’고 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업계는 더욱 그렇다. 올해 상반기 국내 모바일 솔루션 업계 성적표도 결국 ‘스마트폰 적응 속도’가 좌우했다.
17일 주요 모바일 솔루션기업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 시장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했느냐에 따라 뚜렷이 명암이 갈렸다. 앞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기업에 비해 뒤늦은 업체는 기존 수익원 악화와 투자비용 증가로 저조한 이익률을 보여 하반기 승부가 더 급해졌다.
스마트폰 시장에 일찌감치 적응한 기업으론 근거리무선통신(NFC) 시장 강자인 유비벨록스와 스마트폰용 오피스 프로그램 시장에 뛰어든 인프라웨어 등이 대표적이다.
유비벨록스는 상반기 매출 434억원에 영업이익 4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 295억원 매출·34억원 영업이익에 비해 각각 54%·44% 올랐다. NFC 범용가입자식별모듈(USIM)칩과 NFC 시스템 등을 주력으로 하는 이 회사는 최근 갤럭시S2 등 NFC 기능을 기본 탑재한 스마트폰 판매가 증가하고 NFC산업 기반이 급속히 커지면서 실적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인프라웨어는 안드로이드 OS 단말기 확산 수혜를 봤다. 이 회사가 개발한 오피스 솔루션인 ‘폴라리스 오피스’가 삼성전자·LG전자·HTC 등 안드로이드 대표 제조사 스마트 단말기에 탑재되면서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1분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흑자 실적을 지켰다. 지난 16일에는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를 발표한 이후 주가도 계속 상승세를 나타내며 ‘최선호주’로 꼽히고 있다.
안종오 인프라웨어 부사장은 “스마트폰이 처음에는 ‘독’이 됐지만 작년 한 해 동안 착실히 준비한 덕에 ‘약’이 돼 제2 도약을 현실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모빌리언스·다날 등 휴대폰 결제기업도 스마트폰 시장에 제대로 안착한 케이스다. 변을경 모빌리언스 과장은 “초기 스마트폰 시장이 열렸던 2009년에 스마트폰 모바일웹에서 결제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상반기 402억원 매출과 76억원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 12%·영업이익 15%가 올랐다. 다날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영업이익 66%·매출 4%가 늘어났다.
반면에 인포뱅크·네오엠텔 등은 스마트폰 시장 적응이 느린 경우로 꼽힌다. 인포뱅크는 그동안 기업용 MMS 솔루션이 주력이었지만 최근 카카오톡 등 무료 스마트폰 메신저가 확산되면서 수익성이 악화, 상반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이 회사는 올해 ‘엠엔’ 브랜드를 출시하고 스마트폰 메신저 ‘엠엔톡’을 출시하며 대응에 나섰다. 인포뱅크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MMS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엠엔 브랜드를 통한 다양한 소비자 서비스를 내놓으며 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오엠텔도 지난 상반기 19%에서 올해 58%로 적자폭이 커졌다. 이번 상반기 들어서 모바일상품권 서비스 자회사 ‘큐피콘’ 등 스마트폰사업에 투자를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인스프리트 역시 올 상반기 스마트단말기 자회사 엔스퍼트에 투자 금액이 늘어나면서 영업 손실률이 높아졌다.
모바일 솔루션 업계 상반기 실적(단위:억원 · 자료: 각 사)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