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반항아’로 유명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영입했다. 주인공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커스터마이즈드 롬(custermized rom·커스텀롬) ‘시아노겐 모드(Cyanogen Mod)’를 개발한 스티브 콘딕.
삼성전자 관계자는 17일 “이달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스티브 콘딕을 삼성전자 미국통신법인(STA)에 매니저급 개발자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커스텀롬이란 개별 스마트폰에 최적화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OS를 개조한 것을 일컫는다. 콘딕이 돈벌이 목적이 아닌 ‘취미’로 개발한 시아노겐 모드는 여러 안드로이드 커스텀롬 중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이 커스텀롬으로 OS를 재설정하면 프로세서 속도를 대폭 높일 수 있다. 또 정식 안드로이드마켓이 아닌 ‘블랙마켓’ 이용도 가능하고, 윈도용 프로그램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즐길 수 있는 등 다양한 사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선 고등학생 이규혁 군이 개발한 ‘규혁롬’도 유명하다.
수천명 개발자를 보유한 구글은 2009년부터 공개적으로 그를 경계해왔다. 구글은 자사 스마트폰 프로그램이 콘딕의 시아노겐 모드에 기본 탑재되면 저작권 침해라고 압박했지만 콘딕은 개조한 OS에 사용자가 스스로 기존 프로그램을 백업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구글을 놀림감으로 삼았다. 이 같은 콘딕의 실력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최적화에 투입될 경우 최상의 OS 사용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기업 경력이 일천하고 우수한 학력을 가지지도 않은 ‘악동 개발자’인 콘딕을 삼성전자가 영입한 것은 이건희 회장의 ‘S급 소프트웨어 인재’ 영입 지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측은 “그저 인력 채용일 뿐”이라고 밝혔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학벌과 출신 성분을 가리지 않은 삼성전자의 우수 인력 ‘모셔오기’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