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전자에 겨눴던 칼끝이 점점 무뎌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의 ‘갤럭시탭10.1’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삼성전자 본사(SEC)를 제외한 삼성전자 독일법인(SEG)에만 적용한다고 번복한 것은 애플이 제기한 갤럭시탭10.1의 아이패드2 디자인 모방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소송 대상자인 삼성전자 측 주장의 별도 접수 과정 없이 애플 주장만으로 가처분 결정을 내린 법원이, 증거 조작 등 논란에 휘말리자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에 대한 가처분 결정의 파장을 줄이고자 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디자인 모방’ 애플 주장 신뢰성 상실=이번처럼 특허와 관련해 원고 측에 유리하게 내린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특허권자에 우호적인 독일 법원에선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창훈 특허법인 우인 미국변호사는 “EU가 다양한 법으로 묶여 있지만 경제적으로 개별 국가인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독일 법원 입장에서는 EU 전체에 가처분 결정을 적용하려면 애플 주장에 대한 어느 정도의 신뢰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지시각 25일 진행되는 최종 판결에서도 삼성전자 우세를 조심스레 점쳐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법무 능력은 말할 것도 없는데다 애플이 이번 소송전에서 억지에 가까운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사실상 먼저 소를 제기한 것 외에는 애플 입장에서 유리한 요인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갤럭시S 스마트폰 특허 침해 소송도 애플의 디자인 모방 주장은 힘을 잃을 전망이다. 두 회사는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 7개국 법정에서 소송을 벌이고 있다.
독일의 플로리언 뮐러 특허전문 컨설턴트도 “애플의 삼성전자에 대한 공격 중 디자인 부분은 ‘과대망상적’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소송이 ‘글로벌 투 톱’ 굳힌다=애플이 독일 법원에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4일은 삼성전자가 독일 시장에 갤럭시탭10.1을 출시하기로 했던 날의 하루 전이다. 이날 출시를 기다렸던 현지 소비자들은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판매 금지 가처분 결정이 번복되면서 갤럭시탭10.1의 유럽 시장 공략은 더 탄력을 얻게 됐다. 아이패드2로 스마트패드 시장을 제패한 애플이 두려워할 만큼 잘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럽 대부분 국가에 갤럭시탭10.1이 판매되고 있다”며 “오히려 애플이 갤럭시탭10.1의 ‘노이즈 마케팅’을 알아서 해준 면도 있다”고 말했다.
<표>독일 뒤셀도르프 법원 결정 번복 일지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