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마트기기업계 `M&A 도미노` 급물살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로 한국 스마트기기 업계에도 인수합병(M&A)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팬택·SK텔레시스·엔스퍼트 등 하드웨어(HW) 제조 경쟁력을 갖춘 중견·중소기업이 좋은 매물로 떠올랐다.

 팬택은 올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완료를 앞두고 새 주인 찾기에 나설 전망이다. 팬택은 지분 15.5%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농협·우리은행·새마을금고·신용협동조합 등 금융권 채권단이 지분 80% 이상을 보유 중이다. 채권 회수를 위한 M&A가 시간문제인 셈이다.

 팬택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117억원으로 16분기 연속흑자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2위에 달해 매력적인 M&A 매물로 떠오른 상황이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도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서는 우선 새 주인 찾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머지않아 지배구조 개편이 불어닥칠 것임을 예고했다. 업계는 박 부회장이 투자자 도움을 받아 다시 지분을 인수하거나 글로벌 자본의 유입 가능성 등을 점치고 있다.

 SK텔레시스 휴대폰사업 부문도 M&A를 포함한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SK텔레시스 관계자는 “현재 휴대폰 사업부문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가동 중”이라며 “여기서는 분사와 M&A는 물론이고 SK텔레콤 전용 단말업체에서 벗어나는 방안 등 모든 시나리오를 원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스퍼트·아이리버 등 최근 스프린트·구글 등 글로벌업체 전용 단말기를 공급 중인 중소업체들도 물밑에서 M&A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기기 연구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해지면서 전략적 투자자를 찾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안드로이드 진영의 특허 우산을 확보하면서 중견·중소업체의 M&A 움직임은 더욱 무르익는 양상이다.

 고중걸 로아그룹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HW 경쟁력을 갖춘 국내 중견·중소기업 대부분이 특허에 취약한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면서 M&A 매물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며 “구글이 모토로라 특허 1만7000개를 인수하면서 특허 리스크가 해소된 점이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스마트기기 시장이 OS와 HW를 동시 보유한 글로벌 플레이어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도 한몫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 규모의 경쟁력 확보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기기 업계 M&A는 스마트 단말의 등장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내비게이션·PMP·전자책 업계의 연쇄 M&A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엔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체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인수를 제한하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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