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토로라 인수에 월街 시큰둥 "애플 특허 얼마나 막강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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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전 업계가 들썩였지만 월가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월스트리트에서는 구글과 모토로라의 합병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에게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애플인사이더는 파이퍼 제프레이, 모건 스탠리 등 주요 투자 분석 업체의 애널리스트, 특히 애플 및 스마트 단말기 전문 애널리스트들의 향후 전망을 소개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운용체계(OS)와 단말기 하드웨어가 한 회사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애플에게 치명타(major effect)를 입히진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파이퍼 제프레이 “이미 양분된 시장, 영향력은 없다”=구글은 모토로라를 125억달러(한화 약 13조3875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모토로라의 1만7000여 특허를 소유하게 된다.

 그러나 파이퍼 제프레이의 진 먼스터는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는 이미 스마트폰 플랫폼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 애플 iOS 플랫폼 시장을 앗아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비췄다.

 진 먼스터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플랫폼 시장은 애플과 구글 2개사, 혹은 애플과 구글 외에 MS 정도의 3개사가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안드로이드와 iOS가 플랫폼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장기적으로 전망할 때 RIM 블랙베리, 심비안, 팜의 웹OS가 시장을 잃을 것으로 보이며 애플은 서서히 아이폰 가격을 낮춰 안드로이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인도, 남미, 아시아 등 신흥 지역으로의 침투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견했다.

 또 구글의 모토로라 전격 인수 합병은 스마트폰보다 구글TV 플랫폼에 더 도움을 줄 것으로 설명했다. 모토로라의 셋톱박스 시장에서의 경험과 자산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 먼스터는 애플이 가까운 시일 내에 고해상도 HDTV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 스탠리 “애플의 특허가 위력적이라는 방증”=모건 스탠리의 경우 더욱 비판적이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125억달러나 들여 인수했다면 애플의 특허 등 지적재산권(IP) 포트폴리오가 얼마나 위력적인 것인지를 방증하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 사안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케이티 허버티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의 하이라이트는 애플의 IP 포트폴리오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미치는 위협과, (OS부터 하드웨어까지)수직적으로 통합된 애플 제품들의 경쟁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구글과 모토로라의 합병은 오히려 안드로이드 진영의 이탈을 가져와 애플 아이폰의 판매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존에 구글은 OS만 공급하는 입장이었고 모토로라, 삼성전자, HTC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동등한 관계였지만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안드로이드 제조사 간 형평성이 깨어질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 발표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안드로이드에 대한 무게 중심을 다소 윈도폰 7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이후 자사 플랫폼인 바다에 무게 중심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체 방크 “제조사들의 탈(脫)안드로이드 현상 낳을 것”=도이체 방크 역시 모건 스탠리와 유사한 관점이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이후 애플의 위치는 여전히 확고하다("confident")는 것이다.

 도이체 방크의 크리스 위트모어 애널리스트는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무려 60%의 프리미엄을 지불했다”며 “이는 구글이 현 상황에서 얼마나 위협을 느끼고 있는지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크리스 위트모어 역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탈(脫) 안드로이드 현상을 우려했다. “삼성전자, HTC 등 최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구글에 소원해지고 안드로이그 개발자 커뮤니티에도 혼란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애플이 삼성전자, HTC에 대해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다소 유리한 판결을 얻어낸 것을 보더라도 모토로라의 서드파티 보호가 구글이 기대하는 만큼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더라도 애플과의 특허 침해 분쟁에서 안드로이드나 모토로라의 상황은 그리 바뀔 게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함으로써 OS와 하드웨어 아키텍처가 최적의 조합을 찾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백하다고 기대했다.

 OS와 커스텀 프로세서, 단말기 하드웨어까지 모든 것이 애플 통제 하에 놓여 있는 아이폰, 아이패드와 달리, 안드로이드 진영은 OS와 하드웨어가 뼛속 깊이 통합되지 않는다는 점이 종종 지적되어 왔다. 이달 초 IHS아이서플라이어의 분석에 따르면 아이패드2는 OS와 하드웨어의 긴밀한 통합에 힘입어 안드로이드 태블릿PC의 절반밖에 안되는 메모리를 장착하고도 성능은 동등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RBC캐피털마켓 “모토로라 특허는 애플 특허 공격에 상관없는 것”=RBC캐피털마켓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현 특허 침해 분쟁에서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고까지 말했다.

 RBC캐피털마켓의 마이크 암브라스키는 “모토로라의 특허가 1만 7000개라고 하지만 모토로라 특허 대부분이 무선 기반 기술인 데 반해 애플이 현재 안드로이드 진영을 공격하는 데 사용되는 특허는 멀티터치와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글이 서드파티 제조사를 통해 만드는 자체 스마트폰인 넥서스 브랜드에는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마이크 암브라스키는 “이제 모토로라의 모토블러(Motoblur) 스킨은 없어질 것”이며 “이번 인수는 애플이 아니라 오히려 삼성, LG, HTC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RIM과 MS에게도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MS에게는 구글처럼 하드웨어 업체를 인수하거나 자사가 직접 윈도폰 단말기를 생산하는 방식을 고려하게 만들 것으로 보았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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