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청회’를 열고 경제단체 총수들을 진술인으로 불렀다. 당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을 제외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약속한 듯이 임원급을 대리 참석시켜 논란을 일으켰다. 공청회에 대신 참석한 임원들은 동반성장 정책을 제도화하는데 반대 입장을 표했고 부작용을 언급하는데 주력했다.
17일 국회 지경위가 다시 한번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지경위는 이번에도 경제단체 총수들의 출석을 요청했다. 지난 11일 경제 4단체에 공문을 보냈고,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이희범 경총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12일 곧바로 출석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경련은 16일 오후까지도 허창수 회장 출석 여부로 고심하다 끝내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전경련은 허 회장의 일정 조정이 쉽지 않아서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일감 몰아주기,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관행 등에 대한 정치권의 대기업 압박이 부담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했고 조만간 중소기업 적합업종도 발표된다. 정치권도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나선데 이어 지난 15일엔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공생발전’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동반성장을 강조했다. 사회 전체가 동반성장과 양극화 해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지금까지 대기업 스스로도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해왔다. 일자리 만들기, 사회적 기업 육성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효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노력은 정부나 국민, 중소기업이 원하는 것과는 분명 괴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대기업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중소기업·국민과 고통을 나누지 않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태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반기업 정서’를 사회에 퍼뜨리면서 억지상생, 강제상생을 강요하는 것은 효과를 보기 어려운 탓이다.
대기업과 이를 대변하는 전경련은 공청회를 피하지 말고, 당당히 나서서 제대로 된 동반성장 의지와 계획을 밝히길 바란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