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 새로운 국면

 16일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의 사의표명으로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일각에선 SK텔레콤과 STX가 인수의향자로서 실사작업을 진행 중인 와중에 채권단 쪽 자중지란으로 매각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날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하이닉스 주식 매각 진행 과정 중 채권단 내부에서 결정되지 않은 사안이 언론에 배포돼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금융당국에 사의를 전달했다.

 구주 매각 방법과 관련된 잇따른 논란에 책임을 지는 형식을 취했지만, 금융권과 업계에서는 채권단 내부 의견 충돌과 당국의 불편한 심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우선 시중 은행들로 꾸려진 채권단으로선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됐다. 자신들의 매각수익 극대화 의도가 뜻하지 않은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은 지난 11일 유 사장 기자간담회 발언 내용 중 “구주 입찰 수량이 다른 경우, 총 프리미엄을 많이 쓴 쪽에 높은 점수를 주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결정되지 않은 사항을 언론에 알렸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채권단이 구주 매각 비율을 높여 매각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의지를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외부엔 합의가 안 됐다는 말만 거듭해 온 점을 문제 삼았다. 오히려 명확한 구주 비율을 공식화하거나 원칙적인 선을 제시했다면, 혼선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채권단 소속 은행 관계자는 “당혹스럽다. 우리가 큰 압박을 한 것도 아닌데” 하며 난처한 입장을 드러냈다.

 정책금융공사 임명 제청권자인 금융위원장도 하이닉스 매각 과정에 대한 세밀한 점검을 암시했다. 김석동 위원장은 이날 “(유재한 사장 사의에 대해) 회의 직전에 잠깐 들었는데, 파악해 보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로선 하이닉스 채권단(주주협의회)이 감독 및 관리 대상인 만큼, 그동안 무리한 매각 방법 추진은 없었는지, 유 사장 사의까지의 과정을 원점에서부터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이것 자체로 채권단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모든 공적기금 투입 기업의 매각에 있어 ‘법과 원칙’을 강조해왔다.

 유재한 사장 사의라는 돌발 변수는 있지만, 다음 달 초까지 실사 종료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는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채권단도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일정이나 계획 등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밖았다.

 다만, SK텔레콤이나 STX가 입찰 포기란 배수진까지 치며 반발했던 구주 매입 비율에 따른 차등점수는 더 큰 저항을 받게 됐다. 인수자 측이 요구하는 신주 발행 규모에 대해서도 채권단 입장이 상당히 유연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진호·박창규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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