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그룹 어나니머스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고속 통근 철도인 바트(BART) 웹사이트를 해킹했다. 샌프란시스코주가 바트 내에서 휴대전화 서비스 제한 결정의 보복 차원이다. 2000여명이 넘는 승객 정보가 고스란히 유출돼 주 당국은 충격에 빠졌다.
15일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은 어나니머스가 바트 웹사이트를 해킹해 승객 정보를 유출했다고 보도했다. 승객 이름, 비밀번호, 집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공개됐다.
어나니머스는 해킹 직후 웹사이트에 “우리는 시민으로써 정부기관의 강압적인 정책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바트는 몇 번이나 승객들에게 불편함을 줬으며 사람들을 기만했다”고 발표했다.
바트는 일주일간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역 내에서 휴대폰 서비스를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그 기간 동안 역 내에서 바트 경찰을 비난하는 항의 시위가 열리기 때문이다. 바트 경찰은 지난해 사소한 언쟁을 벌이고 있는 흑인 승객을 끌어내려 땅에 눕힌 뒤 총으로 쏴 숨지게 하는 ‘과잉’ 진압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바트 측은 승객 안전을 위해 휴대폰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위대는 휴대폰을 통해 항의 시위가 번지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시위 참가자 중 한 명은 “위험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휴대폰을 차단하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말했다.
어나니머스의 해킹으로 바트는 이중고를 안게 됐다. 승객 정보 유출 역시 바트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짐 앨리슨 바트 대변인은 “승객 정보가 유출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매달 200만 명이 이용하는 바트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가능한 빨리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