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최저입찰제로 협력사 울며 겨자 먹기 사업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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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 시공사의 과도한 최저입찰 경쟁으로 협력 중소기업이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주관 시공사들이 원전 수주 과정에서 설계 가격보다 30% 가까이 낮게 계약을 하면서 부담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최저입찰제가 지속될 경우 원전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10일 한국수력원자력의 최근 주요 원전 시공 입찰 현황에 따르면 신고리 1·2·3·4호기, 신울진 1·2호기, 신월성 1·2호기 중 낙찰가율이 85% 이상인 사업은 단 한 건도 없다. 공사 중인 대부분 원전사업 계약이 당초 설계가격보다 15% 이하 금액으로 체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고리 3·4호기는 설계 가격이 1조5000억원 수준이었지만 계약금액은 9431억원으로 61.5%의 역대 최저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시공사 최저입찰 문제는 하도급업체 경영 악화로 이어진다.

 A업체는 원전 시공 하도급에 참여했다가 50억원 적자를 봤다. 이 회사 사장은 “처음에는 수익이 날 줄 알고 참여했지만 갈수록 적자폭이 늘었다”며 “앞으로는 입찰가가 낮은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B업체도 신고리 1·2호기 사업에서 20억원이나 손해를 봤다. 신고리 3·4호기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적자가 뻔한 상황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저입찰제 하한선을 두지 않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C업체 한 임원은 “하도급업체가 손해를 보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라며 “일감도 없고 직원과 장비를 방치할 수 없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도급 원전 수주 자격 유지를 위한 시공사의 무리한 사업 참여가 이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일반적으로 원전 수주는 메인업체·서브1업체·서브2업체로 구성되고 이 자격을 유지하고 상위등급으로 가기 위해서 시공사는 일정 규모 및 기간 동안 원전 시공 실적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시공사는 하도급업체가 여유가 없기는 하지만 손해는 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하도급업체 볼멘소리에 수년간 사업을 같이 해오고 있는데 적자 사업이라면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한수원은 원전 최저입찰제 개선 차원에서 최고가치 낙찰제를 검토 중이다. 최고가치 낙찰제는 가격과 품질·기술력·공사기간 등을 종합평가해 최고 가치를 제공하는 입찰자를 선정하는 제도다. 민경수 신고리 5·6호기 건설팀장은 “원전 최저입찰제에 따른 안정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최고가치 낙찰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판대 지식경제부 원전산업정책과 사무관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최저입찰제 개선을 위해 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새로운 원전 입찰 방안이 마련되면 기획재정부에 특례승인 등의 방법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요 원전 시공 입찰 현황

 


 조정형·박태준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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