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현금결제 늘어나지만 해외 사업장은 사각지대…일부 1차 협력사들 금융 비용 부담 커져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기업들의 현금결제가 확산되고 있지만, 해외 사업장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기업들이 중국 등지로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해외 사업장과 거래가 많은 1차 협력사들은 동반성장의 취지가 무색하다며 볼멘소리다. 대기업들은 현지의 법과 관행을 준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해외 사업장 수출 비중이 큰 일부 1차 협력사들은 어려움이 크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상생협력 정책에 따라 가장 모범적인 협력사 현금결제를 시행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 등 해외 사업장에서는 90~150일에 이르는 결제 기일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전신환(T/T) 방식이라 하더라도 짧아야 60일인데다, 수출입 통관 기간까지 더해진 탓이다. 국내에서 삼성전자가 15일 현금결제, LG전자도 한 달 두 차례의 현금결제를 각각 실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라며 협력사들은 불만이다.

 이처럼 해외 사업장이 국내와는 다른 결제 조건을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해당 국가와 지역에 진출한 기업들의 거래 관행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에 진출한 애플이나 노키아 만해도 현지 협력사들에게 60일 이내 결제는 거의 찾아보기 드물다. 삼성전자·LG전자가 중국 현지 협력사들에게 제공하는 결제 조건도 마찬가지다. 유독 국내 업체들 사이에서만 파격적인 결제 조건을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우리가 고객사들에게 받는 결제 기일도 대부분 60일 이내를 찾기 어렵다”면서 “부품 조달 측면에서도 해외 경쟁사들과 싸워야 한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국내에만 생산거점을 두고 삼성·LG의 국내외 사업장에 함께 납품하는 일부 1차 협력사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은 억울한 것이 사실이다. 동일한 제품을 공급하더라도 내수는 15일 현금결제인 반면, 수출용은 몇 달 짜리 어음을 받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제품을 공급하는 삼성·LG의 1차 부품 협력업체인 A사 대표는 “국내 사업장이든 해외 사업장이든 사실 협력사 입장에서는 동일한 고객사에 납품하는데 결제 기일은 천양지차인 현실”이라며 “수출에 따른 금융비용도 고스란히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게다가 현재 대기업들은 동반성장을 확산시키기 위해 1차 협력사들도 2, 3차 협력사들에게 현금 결제를 해주도록 유도하면서 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일부 1차 협력사들은 해외 사업장 수출 물량이 많을수록 더 큰 금융비용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해외 사업장의 현금 흐름과 원가 경쟁력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다만 비록 소수지만 ‘수출’ 형태로 납품하는 1차 협력사들이 향후 역차별을 받지 않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해외 사업장은 기본적으로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마땅히 규제할 방법은 없다”며 “동반성장의 취지를 인식시키고 대기업 스스로 변하도록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하도급법은 제 13조에 따라 대기업이 협력사에 대금을 60일 이내로 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지연 시 연 20%의 가산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서한·이형수기자 h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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