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여파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원화가 강세를 보여 1000원선이 붕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미국 신용 등급 강등이 전세를 역전시켰다. 정부는 과도한 쏠림이 발생하면 외환 시장에 개입할 방침이다.
9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60원 오른 1088.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1090.00원으로 시작해 1090원선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환율이 장중 1090원대 올라선 것은 지난 6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촉발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을 이유로 연일 급등세다.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6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환율은 1050.50원에서 1090원대로 40원가량 올랐다. 하루 평균 6.6원 이상 오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당분간 급등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발 충격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달러, 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달러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환율이 추세 상승쪽으로 가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 등급 강등은 결국 달러 가치 하락을 뜻하는 것이고, 미 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3차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 든다면 이 역시 달러 공급을 의미하는 것으로 글로벌 달러가치 하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또 국내 펀더멘털 개선, 대기업 수출 호조 등에 따른 시장에 달러 공급 요인 등을 고려할 때 환율 급등이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도 환율 급등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재정부는 9일 국회 기재위에 보고한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 및 대응’을 통해 금리와 환율, 유동성을 면밀히 점검해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관계기관이 공조해 신속히 대응하고 필요시 유동성 공급확대 등 위기대응계획에 따라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