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등 TV제조사들이 스마트TV와 관련해 불거진 망 중립성 논란에 대한 대응에 착수했다.
9일 스마트TV포럼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불필요한 논란에는 공식 대응을 아낀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 통신사와 일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통신사의 구체적 요구가 들어오면 개별 기업보다는 TV업계 공동 대응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TV 망 중립성 문제는 스마트TV가 엄청난 용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만큼, TV제조사들도 망 투자비를 분담해 상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업계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망 중립성 포럼이 가동 중이지만 최근 통신사가 별도로 TV제조사에 대한 비용 분담 요구에 나서면서 논란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TV업체들은 일단 ‘고속도로 이용료를 차량 제조사가 내느냐’는 논리로 통신사의 주장에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망 이용 대가는 서비스 이용자가 내는 것이 맞다”며 “고속도로를 깔았으니 차량 제조사로부터 이용료를 내라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에 판매하는 TV는 전 세계 판매의 5%에 불과하다. 양사는 우리나라에서 일부라도 스마트TV 망 이용 부담을 떠안을 경우 해외에서도 유사한 문제를 겪을 빌미가 될 수 있어 대응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자칫 글로벌 시장에서 TV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게 제조사들의 주장이다. 특히 해외에서도 제조사가 서비스에 드는 비용을 분담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참고하고 서비스와 콘텐츠 등 전반적인 스마트TV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자칫 TV 구매자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되는 것도 옳은 방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TV업계는 통신사들이 망 투자에 비용을 썼다면, 가전사도 스마트TV와 관련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는 점도 대응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TV에서는 디바이스와 통신, 콘텐츠 등 다양한 생태계가 윈윈해야 하지만 망 중립성 부분에서는 원만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