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부채 한도 조정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던 미국이 국가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수모를 당하는 등 세계 경제의 버팀목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경제도 금융시장 혼란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관련기사 23면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5일(현지시각) 미국 장기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S&P는 또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negative)로 유지, 추가 하향 가능성도 열어뒀다. S&P가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을 AAA에서 한 등급 아래로 내린 것은 S&P가 설립된 1941년 이래 70년 만에 처음이다.
S&P는 성명서에서 등급하향 이유로 “의회와 미국 행정부가 합의한 재정건전화 계획이 미국 정부 중기 부채수준을 안정화시키는데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중대한 도전을 맞고 있는 시기에 여야가 극복하기 힘든 입장차를 드러내 중기적으로 나라 빚을 안정시킬 포괄적 재정계획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도 이유로 거론했다.
미국 등급 하향이 국내외 금융시장에도 엄청난 파란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의 신용등급을 받아온 미국이 흔들린 만큼 다른 나라는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위험자산 성격이 강한 한국 주식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정부는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 발표에 금융시장 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불안심리 차단에 주력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경제당국은 사상 초유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된 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국은 이번 조치가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는 데 착수했으며 7일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수출기업, 나아가 한국경제에 상당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정부 당국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미국 내 경제 불안이 커지면 경기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미국시장에 진출한 국내 수출기업이 타격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한국 수출기업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경제로선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긴축모드로 들어감에 따라 환율에 영향을 미쳐 원화 절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면서 “특히 한동안 하향안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의 변화는 수출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