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체들이 세트 개발에 앞서 다수의 부품 개발을 미리 진행하는 ‘리얼옵션 전략’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세트제품 설계가 완료된 후 부품 개발에 돌입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기모델을 잡기 위해 부품업체 간 선행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몰렉스(대표 이재훈)는 최근 리얼옵션 전략을 도입한 이후 모바일용 커넥터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7일 밝혔다. 이 회사는 취약점으로 지적돼온 느린 개발 대응 문제를 리얼옵션 전략으로 해결했다. 이후 삼성전자 등 국내 세트업체에 스마트폰용 커넥터 공급 물량은 대폭 증가했다.
과거 한국몰렉스가 세트업체에 도면을 받은 후 커넥터를 개발하는 기간은 두 달 정도였다. 하지만 리얼옵션 전략을 도입한 후 개발기간은 2주 수준으로 줄었다. 한국몰렉스는 여러 개의 개발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전략 모델을 확보하고, 실패한 프로젝트는 수정을 해서 다른 모델을 지원하는 식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한국몰렉스 관계자는 “과거보다 개발비는 크게 늘어났지만, 전략 스마트폰 모델을 확보하면 여기서 거둔 이익으로 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고객 대응이 빨라져 거래처로부터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 케이스 전문기업 인탑스(대표 김재경)는 갤럭시S·갤럭시S2·갤럭시탭 등 삼성전자 전략모델 물량을 대부분 확보해 사상 최대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쟁업체들이 지난해부터 매출 및 수익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인탑스는 갤럭시 시리즈 출시 전 다수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갤럭시 모델 입찰에서 경쟁사를 따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탑스는 경쟁사보다 60~70% 많은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카메라모듈 업체 엠씨넥스(대표 민동욱)는 선행 개발 부문을 자동차 전장, 모바일 부문으로 나누고, 모바일 부문은 국내와 일본·중국·대만 등 지역별로 세분화해 맞춤화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리얼옵션 전략에다 지역별로 특화된 개발 프로세스를 가미한 것이다.
엠씨넥스는 지난 6월 지역별 선행 개발 시스템을 도입, 고객사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민동욱 엠씨넥스 사장은 “일본 세트업체들은 신뢰성 테스트 등 자료 중요하게 생각하고, 중국 업체들은 가격 및 물류에 민감한 등 지역별로 요구하는 사항이 다르다”면서 “시장 트렌드를 읽고 선행 개발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좀 더 정교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 리얼옵션 전략
-리얼옵션 전략은 게임, 신약 개발 등 성공 가능성이 낮은 분야에서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단계별로 수를 줄여가는 것을 말한다. 개발비는 많이 투입되지만, 성공한 프로젝트 하나가 모든 비용을 상쇄할 정도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