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와 울산에 각각 추진 중인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사업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4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사업 1단계인 여수지역은 투자자가 몰리는 데 반해 2단계인 울산은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울산, 정부 지원 부족으로 좌초 위기=울산지역 동북아오일허브 구축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았다. 지식경제부가 요청한 관련 예산 53억원을 기획재정부가 전액 삭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2016년 상반기 오일허브를 운영한다는 당초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재정부가 이 같은 입장을 취한 데는 동북아오일허브가 들어설 울산 남항지역의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나 국고 낭비라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다. 재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민간투자법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라는 입장이다. 정부 보조금 없이 민간투자를 유치해서 진행하라는 것이다.
지경부와 석유공사는 울산지역 사업에 필요한 1조6397억원 중 저장시설 건설비용 1조748억원은 민자를 유치할 계획이지만 용지 매립·방파제 구축비용 등 5649억원은 재정부에서 지원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울산 오일허브 사업 걸림돌은 부지 매립과 정지 등에 필요한 초기 투자비가 없다는 것”이라며 “재정부가 지원해줘야 하는데 4대강과 복지예산 때문에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여수, 투자자 몰려 반색=여수는 경제성이 우수하고 사업 규모가 울산에 3분의 1에 불과해 정부 지원 없이 순수하게 민간 자본으로 추진된다.
현재 삼성물산과 맥쿼리가 지분 투자하기로 확정했고 서울라인과 우정사업본부, 글로벌 오일탱크 전문기업인 보팍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최대 주주였던 오일탱킹과 글렌코어 지분 49%를 나눠 갖기 위해 석유공사와 협상 중이다.
여수 오일허브는 올해 초 이미 현대건설 주관으로 석유공사 여수기지 안에서 착공에 들어갔으며 2012년 상업 운전이 목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다롄·칭다오 등지에 오일허브를 구축하는 중국은 정부가 부지 정지나 항만 건설은 물론이고 땅도 50년 단위로 빌려준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이 매력적이라고 판단해 투자하면 우리 쪽에 투자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