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 사용자들은 우리가 아닌 후손들이 될 것입니다. 때문에 스마트그리드 기술과 비전은 현재의 관점이 아닌 미래사회의 관점에서 준비해야 합니다.”
최종웅 LS산전 부사장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위원 한국위원장, 한국전력 스마트그리드 자문위원직을 겸임하며 국내외 여러 행사에서 스마트그리드의 발전방향을 전파해 온 스마트그리드 전도사다.
최 부사장은 스마트그리드를 논할 때마다 전력기술의 ‘진화’ 수준을 넘어 새로운 디지털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혁신’을 강조한다. 정부의 스마트그리드 2단계 사업도 전력망 기술 및 거래 시스템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미래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고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의 스마트그리드는 전력망과 통신망의 융합만을 언급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교통망·통신망·수도망·가스망 등 다양한 그리드를 통합하는 스마트 커뮤니티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부사장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는 전력사용량과 요금을 실시간으로 알고 이에 능동적으로 가전기기 전원 제어와 전력을 거래하는 형태”라며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을 위해 소비자들은 어떠한 방법과 도구를 사용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더 나은 거래대상과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지에 대해선 아직 고민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그리드를 소비자가 보다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고민하면 새로운 사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다.
그는 최근 이슈인 SNS도 충분히 스마트그리드와 융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 부사장은 “소비자들은 전기요금이 비쌀 때 전기를 절약하고 비싼 전기를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곳을 찾을 것”이라며 “이런 정보는 SNS와 같은 형태로 사용자들끼리 공유할 것이며 전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커뮤니티 서비스가 탄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 연장선으로 최 부사장은 스마트그리드가 제2의 벤처붐을 다시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그리드가 미래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벤처기업들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수많은 시장이 열릴 것이란 분석이다. 전력거래 관련 서비스와 다양한 콘텐츠를 담은 플랫폼, 전력 계측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에너지 컨설턴트, 전력 펀드 매니저 등이 가늠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 모델이다.
최 부사장은 “영역을 확대하면 스마트미터나 전기자동차 외에도 벤처기업만이 할 수 있는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며 “정부의 스마트그리드 육성 정책도 응용분야에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마트그리드 관련 기술에 대해서는 독자적인 방식이 아닌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국제 표준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MP3·SNS 등의 시초는 사실 우리나라였지만 그 주도권은 이미 외국에 빼앗긴 지 오래”라며 “스마트그리드 만큼은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국제 시장에서 통용하는 기술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스마트그리드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벤처기업은 국내 시장에만 만족하지 않고 초기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등 과감한 글로벌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