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아날로그 `무전기` 디지털화 가속...국산 제품 개발은 부진

 #울산의 한 조선소. 이곳에선 업무용 주파수를 10개 할당받아 산업용 무전기를 1000대 이상 쓰고 있다. 과거에는 한정된 주파수로 1000여개가 넘는 무전기를 사용하다 보니 혼신과 단절이 수시로 발생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아날로그 무전기를 디지털로 교체한 후 이런 불편은 사라졌다.

 

 ‘마지막 아날로그 통신기기’ 무전기가 디지털로 변신을 서두른다. 하지만 국내 관련 업체 움직임은 굼뜨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각 산업현장에서 아날로그 무전기를 디지털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2010년 6월 ‘무선설비 규칙 제 107조 개정안’에서 디지털 무전기가 복수표준으로 인정받은 이후 교체에 속도가 붙었다.

 모토로라솔루션에 따르면 회사의 디지털 무전기 ‘모토터보’는 제조업, 대형할인매장을 비롯한 유통업, 대기업, 공사 및 군에서 사용되고 있다. 모토터보는 2010년 6월 출시 1년 만에 세계에서 100만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디지털 무전기 기술 주류는 TDMA(시분할다중접속)와 FDMA(주파수분할다중접속)의 두 가지로 나뉜다.

 TDMA는 각 채널을 두 개의 시간대로 나눠 데이터를 전송하고 FDMA은 주파수 대역을 여러 개로 분할하는 방식이다. 한정된 주파수 자원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절감과 주파수 효율을 높이는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아날로그 무전기라면 한 대를 쓸 수 있는 주파수 자원으로 무전기 두 대를 운용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TDMA는 혼선이나 통화 품질저하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주목 받는다. 하나의 타임슬롯에는 음성, 다른 하나에는 데이터를 실어 보내는 등의 부가가치 향상 이점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한영 모토로라솔루션 무전기 채널사업본부장은 “산업현장에서 디지털 무전기 전환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항목”이라며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사용, 비용 절감을 가져오고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디지털 무전기 시장에는 모토로라 솔루션과 중국의 하이테리아(HYTERA) 등 두 업체가 진출 중이다. 국내 업체는 없다. 글로벌 업체의 디지털 공세에도 국내 무전기 개발업체는 관련제품 개발을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 중국과 달리 아직 디지털 전용 주파수가 할당되지 않아 시장 요구가 적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업체가 국내 시장보다는 글로벌 회사 수출에 주력하고 있어 자체 브랜드 개발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무선 솔루션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무전기 시장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섞여있는 상황”이라며 “디지털 무전기 개발에 비용이 많이 들고 글로벌 업체 주문생산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자체 브랜드 개발을 꺼리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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