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연연이 무슨 동네북인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유사·중복 연구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조사했더니 태양에너지처럼 이명박 정부의 총아로 떠오른 분야에 무려 23개 기관이 앞다퉈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국과위는 여러 기관이 중복 연구하는 사례를 찾아 예산을 삭감하기로 했다.

 국과위의 대응은 일견 옳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비와 사업비를 대니 더 효율적인 출연연 운영체계를 찾는 것은 국과위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유사·중복이 반드시 나쁜 것인가. 에너지기술연구원의 118억500만원짜리 태양에너지 관련 과제 15개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44억8000만원짜리 과제 8개는 비슷하되 따로 연구할 가치도 분명히 있다. 두 기관 연구 인력이 에너지와 전자통신 분야에서 각각 다진 전문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사·중복 과제를 솎아 내는 것은 좋은 일이나 아예 창의적인 연구개발 환경까지 흔들어놓을까 우려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 등으로 흩어진 출연연을 국과위 같은 하나의 기구 밑에 둬야 한다는 시각에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한곳에 모아 놓는다고 꼭 효율성이 좋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배·관리구조가 단일화하면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예산 분배·집행 등에 비위 행위가 스며들 개연성이 커지게 마련이다.

 정부는 2006년 출연연별 기능을 특성화·전문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종합발전계획을 짰다. 한 지붕 아래에 두고 관리하던 기초기술과 산업기술연구체계를 바꾼 씨앗이었다. 이제 다시 국과위 밑으로 합치자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출연연이 무슨 동네북도 아니고, 때가 되면 흩었다가 다시 합치는 놀음을 반복해선 곤란하다. 5년쯤마다 이렇게 쉽게 흔들릴 것이라면 그대로 그냥 두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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